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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오권 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춤·노래·역할극등 색다른 교통안전 교육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이 열리고 있는 울산 북구의 한 노인복지회관. 1시간 동안 테마연극이 상연되더니 어디선가 구수한 트로트 가락이 들려온다. 왁자지껄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웃음이 이어지고. 이건 평소 생각하던 지루한 교통안전교육이 아니다.
교육을 이끈 주인공은 다름아닌 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관들. 이들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교통안전교육을 즐거운 교육의 장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33년을 현장을 사수해온 한오권 계장이 있다.

 

 

 

 

 

 

노래·춤·역할극까지 깨알 재미
경찰청 홈피에 칭찬글까지 자자
넘치는 열정 발산 '끼자랑' 입상
노인들 '즐거움·웃음' 선물 보람

# 대민봉사-외사계-교통안전계 이은 33년 현장통
한오권 계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겨울 한 육교 앞에서 트럭 전복사고가 일어나 취재차 방문한 사고현장에서였다. 새벽 6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이었고  이 때 현장을 지키는 경찰들은 경력이 짧은 이들이 대부분이라 당시 직접 현장을 챙기던 한오권 계장을 본 것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중부경찰서에 몇 번 방문하면서 알게 된 한오권 계장은 이처럼 성실한 경찰관이었을 뿐 아니라 대민봉사에 적극적이고 무엇보다 끼(?)가 넘치는 경찰관이었다.
 특히 그는 젊은 시절부터 각종 경찰관 장기자랑에서 넘치는 끼를 선보여 포상휴가를 받은 전적이 있는 유쾌하고 흥이 많은 사람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러니 그의 교통안전교육 역시 어찌 다른 교육들과 같을 수가 있겠는가.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그의 교통안전교육은 테마연극과 그의 노래, 여기에 요즘에는 그의 동료들까지 합세한 공연으로 이뤄진다.
 그의 교육이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울산 지방경찰청 '칭찬합시다'에도 얼마전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한 복지원에서 행사를 진행했던 이로 "10월 28일 중부서 계장님 외 6명의 경찰관들이 중구노인복지관 어르신 200여명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역할극'을 선보였다. 연극 내용은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저승사자를 만난다는 내용이었는데 우리 어르신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저승사자가 결국 어르신을 가족품으로 보내주게 된다는 결말이었다.

 역할극이 끝난 후 깜찍한 장기자랑도 선보이고 사전에 준비한 기념품을 나눠주기도 하셔서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특히 종종 복지관에 오셔서 교통안전에 대해 우렁찬 목소리로 설파하는 한오권 계장님께 감사드리고 오늘의 역할극은 정말 유쾌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교육에 나서주신 경찰 분들게 참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한오권 계장이 한 번 교육에 나서면 그 우렁찬 목소리와 유머 넘치는 진행, 구수한 트로트 가락으로 이어지는 레퍼토리가 어르신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교통안전 교육의 이런 변화는 한오권 계장이 교통안전계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기존에 진지하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즐거운 어르신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연극공연으로 탈바꿈시켰다.

   
▲ 경찰이 달라졌다. 신선하고 유쾌한 교통안전교육으로 최근 새로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관들. 사진은 '남종석과 아이들'(위)과 교통안전교육에 나선 한오권 중부서 교통안전계장과 경찰관들.

 연극 공연과 함께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도 3곡 정도 부르는데 이 때 노래는 신나는 곡으로 선곡하며 가사는 때에 따라 바꾼다. 예를 들어 박상철의 '무조건'을 개사해 "할머니가 부르면 달려갈거야~ 무조건 달려갈거야~"하는 식이다. '멋진 인생'도 그의 18번. 노래를 하도 신나게 부르다보니 이곳저곳에서 공연무대가 끝나면 앙코르가 터져 나온다.
 이렇게 앙코르가 나올 때면 한곡을 더하기도 한다고.

 범인을 잡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를 띄워 경찰의 사기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한 계장은 이처럼 몸과 마음으로 선수의 사기를 촉진시키는 응원단장이기도 하다.
 그의 끼는 부하직원들에게도 이어졌다. 그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후배 경찰들이 결성한 '남종석과 아이들'이 지난해 9월 19일 중부서 끼자랑에서 입상한 것.
 이들은 평소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연기 연습 뿐 아니라 연극에 쓰일 소품도 준비하곤 한다. 김진열, 권헌달, 남종석, 권재덕 경장과 이민수, 고우열 경사도 늘 함께 하는 인물들이다.
 
# 어두운 현장 빛이 되는 존재
그렇다고 그가 가는 현장이 늘 밝기만한 것은 아니다. 야간의 음주단속과 같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 뿐 아니라 그가 특히 기억하는 어두운 현장은 제소자들의 안전교육장이다. 마음을 열지 않는 그들이기에 교육 시작부터 제대로 보지도 않거나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는 이들이 많은데 시간이 흘러 강의를 마칠 무렵에는 대부분 한오권 계장에게 마음을 연다.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려하기 보단 그들의 마음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한 계장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또 14년간 외사분야에서 근무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타국에서 외롭고 힘들게 지내는 다문화 가족들을 도와줄 때가 많았는데 한번은 그 중 한명이 두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며 서툰 우리말로 "형사님 고맙습니다"라고 자신의 마음을 전한적이 있다며 이렇게 마음으로 오고가는 대화에 경찰생활에 대한 보람을 가지기도 했다고 했다.
 
# 도움 손길 필요한 곳 언제든 찾아가
이처럼 그는 우리가 흔히 경찰하면 떠오르는 형사과나 수사과에서 범인을 잡아온 경찰이 아닌 시민들의 곁에서 안전을 책임지고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달려가는 경찰의 임무를 다해왔다. 1978년 가을 대민봉사 업무로 경찰일을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외사계를 거쳐 지금의 교통안전계로 넘어오기까지 그가 해온 업무는 그를 더욱 더 유쾌하고 마음이 따뜻한 경찰관으로 변화하게 했다.
 현재는 교통안전계장으로서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르신들의 교통안전교육이라는 한오권 계장.

 그는 경로당과 복지관을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을 위한 교통사고예방과 안전교육을 할 때면 스스로가 참 행복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어르신들에게 "경찰은 언제나 곁에 있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멋진 노래를 늘 한곡 불러드린다는 한 계장.
 그에게 노래 한곡은 많은 것을 대신 할 순 없지만 어르신들에게 즐거움과 큰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선물이다.

 지난 33년간 눈이오나 비가 오나 현장을 사수해왔듯 앞으로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가로등이자 약자들을 위한 응원단장으로서 우리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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