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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사람이란 나이가 더하면
스스로 철이 든다지만
그대 향한 설레임의 불길은
걷잡을 수가 없네
(중략)
비워내고 비워내서
결국엔 바닥을 드러내겠지만
빤히 바닥이 드러난 빈 그릇에
눈물 담아 보겠네
그 눈물에 비칠
나의 사람아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 시작노트
시는 결국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거론하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박영식은 사랑의 불을 켜기 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하여 보지만 결국 '불길은/걷잡을 수가 없네'라는 고백을 남긴다. 사랑을 불로 상징하는 데는 밝은 빛의 의미도 있겠지만 타버리는 소진의 암시도 예외일 수는 없다. '걷잡을 수'라는 자제력을 잃게 될 때 사랑은 맹목의 함정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많다. 이리하여 '비워내고 비워내서/빤히 바닥이 드러난 빈 그릇에/눈물 담아 보겠네'라는 젖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박영식의 사랑은 헌신 위에 남는 아름다움이고 순수를 입고 헤매는 고독한 마음의 여백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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