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청계광장이 촛불 물결을 출렁거렸다. 미친소 때문이다. 4년 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광우병이 봄볕에 언 땅을 헤치고 싹을 틔우자 민심이 들고 일어났다. 4년 전 광화문 일대가 밤마다 촛불로 물결칠 때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행렬을 보며 뼈저린 반성을 했다고 대국민 성명을 했다.
 

   촛불이 불러온 추가협상은 광우병 발생 즉시 수입중단이라며 한동안 정부 이름의 광고가 나갔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혹시나 했는데 정부는 역시나 본질 문제를 꺼내들며 '국민건강을 위협할 상황이 아니기에 검역강화로 충분하다'는 답변으로 수입중단을 거부했다.
 

 주무 장관의 발언은 더 가관이다. 답답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의 의식과 언행이다. 국회에서 열린 농식품위에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정치권의 검역 중단 주장에 대해 "(안전에)전혀 문제가 없는데 그 짓을 왜하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 장관은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117개 국가 가운데 수입을 중단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며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상황을 볼 때 검역 강화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장관의 입장에서 수입대상도 아니고 문제 가능성도 없는 해당 광우병 젖소 때문에 통상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입중단을 하는 것은 '그 짓'일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장관의 생각이 아무리 타당하고 논리적이며 객관적이라 해도 '그 짓'은 아니다.
 

 장관이 이 정도 인식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정부 당국의 인식은 더 불통이다. 대통령은 가뜩이나 측근 인사들의 잇단 구설수에 심기가 불편한 터라 광우병 문제의 처방은 쉽게 나오지 않을 법하다. 청와대 참모들의 이야기를 추론해 보면 지금 수입중단 요구는 왜곡된 정보를 동원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정도의 인식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정부에 대한 맹공을 벌인다. 임기말 대통령, 파장 분위기의 정부는 권력의 벼슬이 뼈대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챈 모양이다. 선방을 날려 축 늘어진 벼슬에 피라도 흘려야겠다는 심산이다.
 

 야당의 맹공은 예상된 일이지만 여당의 선방은 좀 의외다. 4년 전, 그토록 촛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인사들이 이번에는 태도를 바꿨다. 대권 도전에 나선 인사들의 발언은 연일 위험수위를 오르내린다. 김문수 지사는 항일무장투쟁의 지사 같다. 그는 MB에 대해 "편중되고 폐쇄적인 인사를 하는 등 공공의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몽준 전 대표가 가세했다. "대통령의 문제는 정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라며 짧지만 강렬한 훅으로 몰아붙였다. 광우병에 측근비리까지, 그것도 방통대군 최시중의 구속은 아프다. 어디 그 뿐인가. 보좌관 출신 왕차관 박영준도 구치소행이 거의 확실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형님정치의 정점인 이상득 의원도 소환설이 무르익고 있다.
 

 측근인사들의 줄 소환과 임기 말 레임덕이 맞물려 휘청거리는 청와대가 미친 소에 뿔에 받혀 휘청거린다는 말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검역주권이 정부 발표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정부는 미국 내 수출작업장에서 광우병 발생 위험이 높은 특정위험물질(SRM)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되면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긴급한 조치'에 해당돼 수입중단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중단 조치는 상당히 까다로운 옵션을 갖고 있었다. 수입중단 조치를 위해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검역 과정에서 SRM이 세 번 이상 발견돼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4년 전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방송에서 광우병 문제를 다뤘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당하고 사측으로부터 중징계당한 PD는 "왜 우리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나"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함께 드러냈다. 4년 전 광우병 문제로 'KBS스페셜'을 제작했던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TV에 나오는 말은 미 농무부 관계자들의 말을 한국 관료들이 그대로 받아서 말하고 관변 학자들이 곡학아세하며 조중동이 그대로 받아쓰고, KBS, MBC의 썩은 기자들이 또 전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한 시민단체 인사가 부르는 '거짓말이야'를 따라 부른다. 온 나라가 정상모드를 상실했다. 정치는 그래도 '대권 경쟁'에 핏대를 올리고 검찰은 레임덕 정권의 뒷주머니를 털고 있다. 뉴스 시간이면 거짓말 정부에 비리공화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뿔싸, 이러다 정말 이명박 정부는 미친소로 시작해 미친소로 끝나버리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