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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꼬리 삼년 묵어도 황보 못 된다는 말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들었지만 지금까지도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을 보면 아마도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말인 것 같다. 말 그대로는 개꼬리는 아무리 그곳에 정성을 들여도 족제비 꼬리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며 그래서 붓을 만드는 쓸모 있는 것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는 사람은 생긴 대로이며 그 성품에 변화가 생길 수는 없다는 의미를 내포할 것이다. 이 속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말이 있는데 사람은 열 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열 번도 더 그 성품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정신과의사로서 두 말이 모두 '진실'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참으로 변하기 힘들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고 사람은 이렇게 변하는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다.
 성격장애라는 진단용어가 있는데 성격이 하도 딱딱하게 굳어있고 결핍되어 있어서 사는데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성격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변화를 주고 조금만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으면 매력적인데도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문제 성격이 되고 만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변화할 수 없으니 그 문제점을 평생 안고 가는 것이며 주위사람과 갈등을 갖고 부부사이에 파국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다.
 성격장애는 주위사람이 힘들어하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신경증은 본인이 힘들어 한다고 성격장애와 신경증을 분류하기도 하지만 일률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성격장애도 자기 자신 안에서 갈등하는 것이며 자신의 성격을 바꾸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격을 떠나 우리의 생각 감정도 바꾸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이 떠오르며 그런 기분을 갖지 않으려 해도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을 주로 보는 인지치료에서는 그것을 자동 사고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자동 사고는 많은 것이 부정적이며 그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그 상태가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언제고 그 비극적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며 피할 수 없고 희망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그런가. 인간은 변할 수 없나. 개꼬리 삼년 묵어도 그대로 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필자도 아마 비슷한 정서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르다. 사람의 세포는 십년이면 전부 한번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진 셈이라고 한다. 세포가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해서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세포에서는 십년 전의 것이 사라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몸이 새롭게 변하듯 사람은 그 청사진에서 스케줄에 따라 변하게 되어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소아기, 사춘기, 장년기, 노년기를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고 변화를 막을 수가 없다.

 인간은 항상 변화 속에 있다.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열린 존재라고 할까. 사춘기와 장년기의 과제도 다르다. 사춘기는 세상에 나아가 그곳에 적응해야하는 시기이며 그곳에 뛰어들지 못해 신경증을 앓는다. 장년기는 이제는 자기로 돌아와 자신의 내면에서 받아들여야하는 것을 새로이 과제로 떠맡는 시기이고 세상의 가치가 아닌 자신의 가치가 어떠냐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자기'로의 전환에 대하여 깊이를 더했다고 평하고 싶다. 이런 심층심리학 뿐 아니라 인지치료도 사람이

 발달심리학 뿐 아니라 심리학은 이렇게 인간이 변화하는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다. 프로이드는 본능이 입에서 항문으로 그리고 생식기로 이동하는 성적발달의 변화를 추적했다. 융은 그런 자아의 발달에서 바뀌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필자는 받아드리는데 인지치료에는 불교적 바탕이 있다고 한다.

 원효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해골바가지 물을 마신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것이 해골바가지 물인지 모르고 마셨을 때와 그것을 알아버렸을 때 몸의 반응이 다른 것처럼 이 체험에서 통찰이 생겨버린 원효는 무심코 물을 마셨던 그 원효가 아니다. 깨우침이 원효를 바꾸어버렸다.

 개꼬리는 삼년 묵어도 그냥 개꼬리다. 그것이 황보가 되는 일은 없다. 전환점을 맞이하지 않으면, 원효처럼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게 되는 대전환이 없으면 삼년이 아니라 삼십년을 묵어도 개꼬리일 것이다. 내가 누군지는 모르고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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