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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인생사에 꼭 존재할 법도 한 '힘 있는 캐릭터'를 특유의 재치있는 필력으로 생명력을 불어 넣으며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려령 작가.
# 작가소개
영화는 500만 명이 관람했고, 소설은 70만 부가 팔려나갔다. 영화 '완득이'와 원작 소설 '완득이' 이야기다.
 우리는 '문제아'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완득이를 통해 과거를 위로하고 현재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비록 청소년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완득이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동주 선생님처럼, 원작자 김려령의 소설이 우리에게 '괜찮다'라는 치유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완득이>라는 작품으로 단숨에 유명해진 김려령 작가는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마해송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쓴 책으로 동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기억을 가져온 아이> <요란요란 푸른아파트>, 청소년소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이 있다.


 김려령 작가의 저력은 캐릭터로부터 시작된다.


 진부하지만 우리네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를 고리타분하지 않게 풀어갈 수 있는 '힘 있는 캐릭터'가 그녀 특유의 재치 있는 필력을 만나 생명력을 얻는다.


 단순한 '문제아'나 평범한 '교사'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인물에 개성과 매력을 심어 넣어 '완득이'와 '이동주 선생님'을 탄생시켰다.


 '에이, 저런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싶은 게 아니라 흔하진 않겠지만 '세상 어딘가에 꼭 존재할 법도 한' 살아 있는 캐릭터가 독자들을 주억거리게 만들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거기에 불법체류자와 다문화 가정, 가족의 붕괴 등 자칫하면 심각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따뜻하고 경쾌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김려령 작가는 10대 이야기를 쓴다. 그때 시작한 인생의 고민은 어른이 되어서도 멈춰서는 안 되는 거니까. 그때 찾은 자신의 정체성을 어른이 되어서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그녀의 개과천선한 10대의 이야기가 연령을 불문한 독자의 사랑을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에피소드
10대가 주인공이다 보니 10대들의 삶을 누구보다 간파하고 있어야 할 김려령 작가. 요즘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작품의 전반에 깔려 있다.


 40대에 진입한 작가 입장에서 정보 수집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 의외의 지원군이 있었다.
 올해 아들이 대학생이 되고 딸이 고등학생이 된단다. 아이들을 통해 10대의 삶을 엿보고 자신이 살아온 10대의 기억 속에서 작품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이외에도 그의 다양한 면모를 보였던 학창시절 역시 작품에 힘이 됐다. 그가 말하는 자신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저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와도, 또 못하는 친구와도 다 친했죠.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어떤 친구들과는 만화방을 다녔는데, 만화책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500원 내면 볼 수 있는 성인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죠(웃음). 그렇게 놀다가 독서실에 가면 거기서 또 잠을 잤어요(웃음). 그래서 어떤 친구들은 저를 문제아로 기억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저를 모범생으로 기억하더라고요. 자신의 영역 안에 함께 어울리는 저의 모습을 기억하는 거겠죠"


▲ 가시고백
# 최근 인기작
김려령 작가의 새 책 '가시고백'이 출간됐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완득이'와 '이동주 선생님'처럼 이번 작품 속 인물도 특이하다. 도벽이 있는 아이가 등장하고 '감정 설계사'라는 흥미로운 직업의 인물도 탄생됐다.


 일곱 살 이후로 도둑질을 해온 주인공 소년의 "나는 도둑이다"라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도대체 끝을 어떻게 맺으려고, 라는 독자의 의아함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밀도 있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종일관 밀어붙인다. 마치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들어선 어느 친구네 집에서 받는 뜻밖의 따뜻한 밥상처럼, 소박하면서도 푸짐하기 그지없는 온기가 이야기에는 가득하다.


 '천재 도둑놈 쉐끼' 해일, '저것들 미쳤어 미쳤어! 욕에도 스타일이 있다' 진오, '대찬 18세 소녀 대표' 지란, '찰진 짝사랑의 진수' 다영을 중심으로, 그들 심장 속에 박힌 가시 같은 고백을 하나씩 뽑아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고나게 예민한 손을 지녀, 자기도 모르게 물건을 계속 훔치게 되는 해일과 부모의 이혼으로 또 다른 상처를 받으며 아빠를 마음속에서 밀어내면서도 연민하는 지란, 이성과 감성이 균형 있게 통제되는 진오, 그리고 모든 일에 베테랑이지만 사랑에서만은 짝사랑투성이인 다영까지 이렇게 매력적인 십대들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열어간다. '가시고백'은 바로 우리 마음속 외로움, 결핍, 빼내지 않으면 곪아 버리는, 그런 고백인 것이다.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의 가시 같은 고백을 뽑아내도록 이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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