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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칠환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 감상노트
반칠환 시인의 시 '은행나무 부부'는 가정의 달인 5월 그리고 둘이 하나된다는 21일인 부부의 날에 잘 어울리는 좋은 시이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못 만지고 십 리를 사이에 두고도 두 섬이나 되는 자식이 열리는 금술 좋은 부부 이야기를 은행나무를 빗대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간혹, 삭정이가 있어도 그것마저도 소통을 위한 우체통으로 만들어 홍시처럼 발그레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어 가는 관계가 부부일 것이다. 은행나무에게 바람이라는 매파가 있는 것처럼 부부에게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작은 몸짓 하나로도 통하는 그런 정과 사랑이라는 기운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신부의 종아리에 꼭 닿아지기를 반칠환 시인처럼 같이 바라본다.

   
 이시향


■ 시를 소개해준 이시향 시인은
제주도 출생이며 시인, 아동문학인 2003년 계간<시세계> 시가 당선되었고, 2006년 아동문학평론지 동시가 당선되었다. 현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며 대경기계기술(주)에서 근무하고 있다. 개인시집으로 <사랑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 <그를 닮은 그가 부르는 사모곡>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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