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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가로수에 내려앉아 무수한 잎의 그림자를 거리에 드리우면, 나무 아래 간이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던 사람들이 잎새 그림자에 몸을 내맡기고 눈부신 표정을 짓는다. 색색이 피어난 꽃, 아름다운 간판의 건물들, 길 위로 음악에 따라 자유롭게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쇼가 춤을 추고 점심 시간 한자락을 여유롭게 누리고픈 직장인을 위한 간이 공연이 펼쳐진다.
 다양한 모습이 어우러진 이 여유로운 풍경은 얼마 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남구 달동문화공원 옆 '예술이 숨쉬는 길'의 풍경이다.
 문화예술회관 옆 이 달동문화공원과 남구청 의회 사이 길을 지나다보면 지금은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거리가 나오는데 이 곳이 바로 오는 9월 제 모습을 드러낼 '예술이 숨쉬는 길'이다.

 

   
▲ 9월 준공예정인 남구 예술이 숨쉬는 길 조감도. 이 길은 '담소를 나누는 이야기거리'로 명명됐다.

#남구 달동문화공원 옆 '예술이 숨쉬는 길' 9월 오픈
울산 남구는 울산문화예술회관과 남구문화원, 문화공원을 연계해 이 지역을 문화향기 가득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그간 관이 주도해 조성한 이 거리를 두고 너무 평이하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지금 현재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꿈꾸는 동시에 이 지역에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개인 문화공간들이 거리에 자연스러움을 채워 넣고 있어 이 거리가 조만간 그 자체로 울산의 문화와 예술을 대표하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도 사실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며 울산의 문화예술의 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울산문화예술회관일 것이다.
 

#문화예술회관~달동문화공원, 울산문화예술의 중심지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제1~4전시장뿐 아니라 야외전시장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관신청을 다 받지도 못할 만큼 지역작가들의 참여가 높은 곳이다.
 미술전시 뿐만이 아니다. 이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에는 다양한 공연들이 늘 준비돼있다.

   
▲ 울산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문화예술회관.

  오전 11시라는 파격적인 시간대에 클래식 공연을 선보이는 <모닝콘서트>부터 퇴근길에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음악을 들으며 초여름밤의 정취를 한 껏 느껴볼 수 있는 음악회 무대인 '뒤란'까지 공연시간대도 다양하다. 특히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뒤란은 인기가 많으며 야외공연일 때는 관람료도 무료다.
 이와 함께 뮤지컬을 소재로 한 토크쇼 형식의 공연 <스위트 콘서트>와 재즈공연만 엮은 <재즈 콘서트 시리즈>까지 준비돼 있어 관심만 있다면 각자 입맛에 맞는 공연들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문화예술회관 바로 옆 달동문화공원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만약 전통문화의 향기를 제대로 맡고 싶다면 이곳에서 KBS홀 방향으로 쭉 직진해 남구문화원으로 가면 되고 먹거리나 가벼운 볼거리 등 좀 더 즐길거리를 원한다면 남구청 의회로 따라 난 길로 가보자.
 

 전통깊은 지역의 향토 문화를 선택했다면 남구문화원을 가보자. 향토사를 연구하시는 학자부터 전통방식으로 연을 만드는 연 할아버지도 만날 수 있으며 문화원 옆 숲 갤러리에서도 종종 전통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기획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시작해 달동문화공원과 남구 문화원, KBS홀을 거쳐 남구의회와 맞닿는 길. 이 길에 곧 문화와 예술이 피어나고 지금은 새 모습이지만 이 길에도 시간이 겹겹이 더해져 추억과 기억이 동시에 공존하게 되길 바란다. 예술이 숨쉬는 거리가 추억의 거리,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되기에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공원 주변 맛집·볼거리
남구청 의회를 따라 난 길을 지나 오르다 보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팝 팩토리'부터 파전 막걸리집, 연한정식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는데 데이트 코스나 특별한 시간을 원한다면 팝 팩토리를 추천한다.

   
▲ 이탈리안 레스토랑 '팝 팩토리'.

 서양의 가정집이 떠오르는 나무를 주로 사용한 외부 인테리어가 특히 눈길을 끄는 팝 팩토리. 이곳에서는 특히 얇은 이탈리아식 피자인 디아블로 피자가 유명하고 파스타 역시 지역에서는 괜찮은 평을 받고 있다.
 식사도 끝나고 배가 부르다면 그 길 그대로 쭉 위로 걸어올라 차 한잔을 마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길을 걷다 만날 수 있는 찾집 다운재와 영상 갤러리는 두 곳 다 갤러리 겸 카페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일상의 번잡함이 사라지는 곳 '다운재'
달동 세이브존 인근에 위치한 전통찻집 '다운재'는 빠르게 흐르는 시간과 번잡한 도시생활로 늘 허덕이며 사는 이들에게 한 모금의 차를 마시며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한다.
 아늑한 분위기에서 은은한 향과 깊이 있는 우리 전통차를 음미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차(茶)에 관한 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주인장의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일부러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선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현대적 감각의 인테리어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반긴다.
 

   
▲ 달동 세이브존 인근에 위치한 전통찻집 '다운재'. 찻집 한켠을 전통예술 갤러리로 꾸며 놓았다.

 특히 찻집 한켠은 전통예술 갤러리로 꾸며 놓아 우리네 전통차를 마시면서 작가들의 다양한 공예작품(구입도 가능)도 접할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작가에게는 전시할 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벌써 10년째이니 단골만도 수두룩하다. 삼산동의 많은 트렌디한 공간 속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이곳.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 꿈꾸기에 여기만 한 곳이 없다. 그래서 한 번 자리를 틀면 좀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찻잔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눌 친구와 마주한 모처럼의 한가로움을 다시 도심의 번거로움에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차와 구름의 집'인 다운재의 봄은 다구 너머로 보이는 세상처럼 쉼표의 연속이다.
 

#세계 희귀 카메라 전시 카페 '영상갤러리'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지포라이터 카메라, 첩보원용 손목시계 카메라, 방아쇠를 당기면 사진이 찍히는 총 모양의 카메라, 어른 키 높이의 커다란 주름상자 카메라.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런 카메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바로 남구 달동에 자리잡은 카페 '영상갤러리'.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는 기본, 사진 역사의 흐름까지 덤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규모 카메라 박물관이다.
 영상 갤러리박물관에 가면 총 300여 점의 카메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모든 것을 사진을 취미로 즐기던 황하종(48) 대표가 15여 년간수집했다.
 이처럼 황씨가 소장하고 있는 카메라 물량은 국내에서 나주 동신대학내 박물관과 서울 봉천동 박물관 다음으로 3위 안에 든다.
 

   
▲ 달동에 자리잡은 카페 '영상갤러리'. 이곳 대표 황하종(48) 씨가 15여년간 수집한 총 300여 점의 카메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900년 프랑스산 목제 박스형 카메라. 일명 스튜디오 사진기.
 이 곳에서는 1900년부터 1950년까지 카메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희귀 카메라만 전시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제작된 카메라들과 전 세계 각 나라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카메라도 살펴볼 수 있다. 카메라렌즈를 통해 렌즈의 발달사도 살짝 맛볼 수 있다.
 이밖에 1900년 제작되어 각국 스파이들이 몰래 갖고 다녔다는 스파이 카메라, 1950년 독일에서 제작된 손목시계형 카메라, 라이터형 카메라,만년필형 카메라 등 희귀한 미니카메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인터넷이나 전문서적 속의 추상적인 자료로만 접할 수 있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카메라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이 곳은 사진과 카메라의 발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러 볼 만할 장소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또 지역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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