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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딱딱하게 이어지던 대화 끝에
여자후배의 입술 사이로 무심코
튀어나온 자기, 어
여자후배는 잠시 당황하다
들고 온 보험서류를 내밀지 못하고 허둥거린다
한순간 잔뜩 긴장하고 듣던 나를
맥없이 무장해제시켜버린 자기,
사랑에 빠진 여자는 아무때고
꽃잎에 이슬이 매달리듯
혀끝에 자기라는 말이 촉촉히 매달려 있는가
주책이지 뭐야, 한번은 어머니하고 얘기할 때도 그랬어
꽃집 앞에 내다본 화분을 보고도
자기, 참 예쁘다
중얼거리다가 혼자서 얼마나 무안했게
나는 망설이던 보험을 들기로 한다
그것도 아주 종신보험을 들기로 한다
자기, 사랑에 빠진 말 속에


■ 시 감상노트
'자기'라는 말, 오월의 아름다움을 꼭 닮았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자기야!"라고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누군가가 깊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상처엔 새 살이 돋을 것입니다. 그 누군가가 늘 곁에 있는 그대라면 기쁨에 겨워 쓰러질 것입니다. 무엇에게라도 "자기야!"라고 속삭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내가 만나게 될 어느 울타리를 장식한 장미에게, 거리에 박혀 있는 돌멩이에게….
 설렘이 고여 있는 따스한 말 한마디가 건네준 경이로움은 모든 기억들을 잊게 합니다. 아무런 계산도 떠오르지 않게 합니다. 한순간에 퍽, 엎어지게 하지요. 그러니까 그토록 망설이던 보험을 주저함 없이 결정하게 하였을 것이며, 그것도 아주 종신보험을 말입니다.

   
 


■ 시를 소개해준 성환희 시인은
경남 거창 출생으로 월간 <문학세계>에 시, 월간 아동문예 동시가 당선되며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시집으로 <시간들>(공저)이 있으며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울산작가회의 회원. 울산 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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