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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사하라 사막과 칠레 아타카마 사막 250km를 달린 대학생이 있다. 울산출신 윤승철 씨다. 동국대 문예창작과 학생인 그의 마라톤 여정은 올해 6월 중국 고비 사막, 11월에는 남극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른바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의 완성이다.  스물넷의 젊은이가 끝도 없는 사막에서 고독한 레이스를 펼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평발과 유약한 문학청년의 삶 딛고
스스로 극한의 고통속으로 뛰기 시작
지금도 왜 뛰는지 설명 할 수 없지만
사막의 밤하늘 은하수 만큼은 기억남아

# 6박7일 동안 250㎞ 사막 종주

   
▲ 울산 출신 윤승철씨는 이집트의 사하라 사막과 칠레 아타카마 사막 250km를 달렸다. 그의 마라톤 여정은 올해 6월 중국 고비 사막, 11월에는 남극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른바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의 완성이다.

사막 마라톤 참가자들은 6박 7일 동안 250km의 사막을 종주한다. 여기에는 밤을 꼬박 세워 80km 이상을 달리는 논스톱 코스와 평지마라톤처럼 42.195km를 완주하는 코스가 포함된다.
 바싹 마른 코스에 제공되는 물은 하루 10L. 여섯 개 구간을 달리는 사막 마라톤에는 참가자가 평균 200여 명에 달한다. 고비나 사하라 같은 사막 뿐 아니라 아마존이나 남극에서 벌어지기도 해서 오지 마라톤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2011년 10월 처음으로 사하라 레이스를 완주한 대학생 윤승철(24)씨는 두 번째 마라톤으로 올해 3월 아타카마 레이스를 마쳤다.
 그는 현재 6월 열리는 고비 레이스를 준비 중이다.
 그는 처음 어떻게 사막마라톤을 하게 됐을까
 "사막에서 6박 7일 동안 묵묵히 걸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다리를 번갈아 움직이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내가 이 마라톤을 왜 한다고 했을까, 회의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완주를 하고 나면 내가 뭔가를 해냈구나 하는 구체적인 실감이 느껴져요. 11월 남극까지 다녀오고나면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되면서 남에게 제가 마라톤을 하는 이유를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신체적 약점 극복 위해 해병지원
2008년 문예창작 전공을 택해 대학에 들어온 윤 씨는 대학1학년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즐겁게 보냈다고 했다.
 동아리활동, 아르바이트 등 대학생으로 재미있는 것들을 두루 섭렵했고 2학년때 군입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 앉아있는데 대학생들이 모두 토익이나 토플, 각종 자격증 수험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문예창작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후배, 동기들 중에는 휴학까지 하고 신춘문예 등단을 위해 매진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윤씨의 고민이 시작됐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든 것.
 "처음에는 철인 3종 경기를 해볼까 했어요. 그러다 사막 마라톤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몸을 단련하고 정신력을 시험해볼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많은 방법 중 왜 하필 몸을 극한으로 밀어넣는 일을 시도하고 싶었을까?
 윤 씨는 평발로 태어난 데다 중학교 시절 다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다. 깨진 유리를 밟고 넘어지며 발목이 돌아가고 정강이뼈가 두 동강 나 3개월 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 후 대학교에 들어오기까지 유약한 문학청년이라는 보통의 고정관념대로 몸을 움직이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 씨개인에게 가장 큰 도전은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었다. 때마침 병원에서도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몸을 단련시키면 별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자신의 몸이 사막 마라톤을 버틸 수 있게끔 하기 위해 그는 해병대에 자원했다. 그리고 2010년 11월 해병대 공수부대 병장으로 당당히 만기전역을 했다.
 "해병대 복무를 정신 무장하는 기회로 삼아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사막 마라톤 대비 훈련이라는 마음으로 입대했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감당하기엔 힘들었어요. 전역한 지금은 잘했다고 느끼지만요. 해병대에 자원한 친구들은 체력도 정신력도 남달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요. 앞으로 글을 쓸 때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아타카마 사막의 모레언덕에서 잠시 쉬면서 바라본 풍경

# 기업체 돌아다니며 얻어낸 참가비·준비물
지난해 참가하게 된 사하라 레이스. 그의 첫 사막 마라톤 6박 7일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력과 체력은 준비됐는데 참가비와 준비물이 문제였다. 그는 후원을 받으러 기업체들을 돌아다녔다.
 "일단은 장비를 협찬해줄 아웃도어 업체를 찾아다녔고요. 사막의 모래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사진기가 필요해 사진기 회사마다 돌아다니며 후원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당연히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잘할 수 있겠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붙었어요."
 다행히 교수가 한 출판사를 연계해줘 비용을 협찬받기로 했다. 더불어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들 달성하면 여행기를 출판할 수도 있게 됐다. 착용할 신발, 모자 같은 용품들을 제공하겠다는 아웃도어 업체도 나타났다. 한 달 반 동안 맨몸으로 부딪힌 결과였다.

# 척박한 환경에서 펼쳐진 자신과의 싸음
2011년 10월 사하라 사막에서 인간 윤승철의 도전이 드디어 시작됐다.
 그 뿐 아니라 세계각지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200여명이 참가했다. 각자 낮에는 뛰거나 걷고 밤에는 열 명 단위로 천막에 모여 잤다. 남은 모르는 같은 고통을 격은 사람들인지라 언어가 달라도 마음이 통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해가 중천에 뜨기 전 바짝 뛰고, 다시 기온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뛰어가며 페이스를 조절했다.
 주최 측이 응급 장비를 제공하고 지원요원도 있지만 사막이란 환경을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다. 특히 윤 씨 같은 초보 참가자에게 사막 마라톤은 환경과의 싸움인 동시에 자신과의 싸움이다.
 "빨리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에 걷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멀리서 누가 손을 흔들기에 인사를 하나보다 싶어서 저도 손을 흔들었어요.
 인사하고 다시 걸어가려니 상대가 계속 소리를 지르고 팔로 X자 모양을 만들고 해서 정신을 차렸죠. 제가 깃발이 꽂혀 있는 공식코스를 벗어나 있었습니다."
 사막에는 사진에서만 보던 바싹 마른 동물의 뼈가 진짜로 널려 있었다. 윤 씨는 한번 길이 어긋나면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생한 절박감이 들었다.
 올해 3월 그는 두 번째 아타카마 레이스에 참여했다. 지난번보다 철저히 준비했지만 열기와 피로는 여전했다.
 윤 씨는 레이스에 참가할 때마다 점점 또렷해지는 감각이 있지만 아직 자신이 왜 사막에 다녀왔는지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섣부르지만 자신 있게 추천하는 한 가지는 사막의 밤하늘을 수놓는 은하수다.

# "목표가 있으면 몸이 절로 움직여"

   
▲ 아타카마 사막의 모레언덕에서 잠시 쉬면서 바라본 풍경

20대의 윤씨가 지금 원하는 것은 좀 더 많은 경험이다.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평생 추억할 마라톤을 떠나고 그렇게 세상과 부딪쳐보는 것을 청춘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는 남극 마라톤을 끝내면 아프리카로 교환학생을 떠날 계획도 세워뒀다. 미지의 대륙, 그만큼 오해도 많았던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깨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다.
 그는 졸업 후 더 먼 미래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표가 있으면 몸이 절로 움직이더라는 말로 장래희망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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