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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승자·강자·남성중심의 역사 해석을 뒤집는 '여성 작가의 역사소설'의 새 장을 연 김별아 작가.
#작가소개
1993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다채로운 글쓰기 방식과 문체의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축조하는 일에 정진했던 그녀는 2005년《화랑세기》에 기록된 신비의 여인 미실을 천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현대에 되살린 소설《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기존의 승자·강자·남성중심의 역사 해석을 뒤집는 '여성 작가의 역사소설'의 새 장을 열었다.


 적극적인 탐구 정신, 작가적 상상력, 호방한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그간 우리 문학에서 만나지 못했던 전혀 새롭고 개성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은《미실》이래《영영이별 영이별》,《논개》,《백범》,《열애》,《가미가제 독고다이》등으로 이어진 역사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을 통해 고대-중세-근대를 넘나들며 숙련공의 기질과 사상가적인 기질을 함께 구비한 작가적 역량과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소설 외에도《가족 판타지》,《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등의 에세이집과 여러 권의 동화책을 펴냈고, 최근에는 신문과 잡지 등에 칼럼을 연재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과 소통하고 있다.
 

#에피소드
김별아(43) 작가는 활발한 작품활동외에도 한겨레에 정기칼럼을 기고하고 독자들과 만나는 행사에 참여하는 등 젊고 활기찬 행보를 보인다.


 독자들이 그를 만나면 으레 단골질문으로 나오는 것 중 하나는 "애 키우는 것만도 힘든데 어떻게 아들 키우면서 소설까지 쓰세요?" 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저한텐 소설 쓰고 애 키우는 게 전부죠 뭐. 오늘 이 행사 마치자마자 경남 통영에 가요. 아들네 학교의 학부모들이랑 놀러 가는 거예요"


 고교 진학을 앞둔 작가의 아들은 비틀스 음악에 푹 빠져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또 하나 '미실'과 '채홍'의 작가에게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은 "소설에서 야한 묘사를 참 잘하시던데… 이런 묘사는 어떻게 하냐"는 것.


 그의 답은 "야한 얘기 쓸 땐 이 악물고 있는 그대로 써야 해요.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것과 같다고 할까. 너무 야해 보일까 봐 조금만 바르면 오히려 촌스럽잖아요. 빨간 립스틱도 '단호히' 새빨갛게 발라야 매력적인데…. 단호하게 써야 독자들이 어색해하지 않거든요. 앞으로 더 야한 이야기를 쓸 거에요 하하" 이렇게 솔직하고 유쾌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최근 인기작
"뭣 하러 산에 올라요? 결국 내려올 것을…"하며 산에 대한 두려움과 몰이해 속에 사십여 년을 '평지형 인간'으로 살아온 소설가가 뒷산 산책도 아니고 북한산 등반도 아닌, 한반도  등줄기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의 남쪽 끝에서 휴전선 아래까지 걸었다면, 산은 그에게 어떠한 답을 남겼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이다. 작가가 2년 간 서른아홉 번의 주말 심야 산행을 통해 마침내 백두대간의 남한 구간을 완주한 후 산행의 여정과 감상,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이 담겼다.


 금요일 밤, 버스에 몸을 싣고 새벽녘 목적지에 도착해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5시간을 꼬박 걸은 후 산행의 현장감을 놓칠세라 다녀오자마자 기억에 새기듯 완성해 둔 글들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내면의 변화를 다룬 산행에세이라면, 그 후 이야기인 이 책은 자연을 감상하고 인생을 돌아봄으로써 얻은 마음의 변화를 도종환, 안도현, 곽재구 등의 시와 함께한 문학적인 에세이다. 산행의 계기가 된 작가의 아들과 그 친구들, 그리고 학부모들과 함께 나눈 대화 속에서 피어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더 뜻 깊다. 각 장 말미에는 여정을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산행코스 지도를 실었다.


 지리산에서 시작해 진부령에 이르는 산행에서 작가는 앞사람의 뒤꽁무니만 쫓아가며 걸었던 초보 산꾼에서 벗어나 편안해진 모습으로 산과 삶과 자연을 성찰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누구도 대신 산을 넘어줄 수 없듯 삶 역시 오롯이 자신의 몫임을 일깨우고,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에 힘겨워하듯 삶에 고달파하는 모두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다.
 김주영기자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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