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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부터 94년까지 매주 일요일 아침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으신지. 지금의 십대 이십대 젊은 층에게는 생소할법한 이 드라마는 당시 서민층의 웃음과 애환을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이 드라마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도 여럿이었다. 여기에서 세탁소집 주인으로 출연한 '만수 아빠' 역시 이 드라마로 그간의 무명생활을 벗기 시작했다.이 '만수아빠'는 이어 드라마 '왕릉일가'에서 시골 제비족인 '쿠웨이트 박'이라는 인물을 맡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가 바로 최주봉이다.

 

   
▲ 얼마전 1일과 2일 장미축제 뮤지컬 '러브 앤 로즈' 무대에 서기 위해 울산을 찾은 최주봉을 만났다.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앞 정원을 수놓은 꽃들을 배경으로 선 그는 지난 삼십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어릴적 브라운관에서 봐온 유쾌하고 따뜻한 모습 그대로였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 뮤지컬 '러브 앤 로즈'서 장미백작으로 출연
몇 년 전만해도 각종 오락 TV프로그램에서는 최주봉의 '만수야~'성대모사를 빼고는 개인기를 논할 수 없었으며 둘째아들 최규환 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우가 되었다.
 이 최주봉이 얼마전부터 울산에 자주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뮤지컬 <태화강>에 고정출연하며 몇년전부터 얼굴을 낯익게 하더니 얼마전에는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뮤지컬 <러브 앤 로즈>에 장미백작으로 특별출연하면서 또 반가운 얼굴을 드러냈다.
 그런 그를 지난 5월 30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쉼터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그가 울산과 어떤 각별한 인연이 있을까 싶었다. 그는 고향도 충청남도고 울산의 홍보대사를 맡은 적도 없는 연예인인데 그런데도 울산과 관련된 여러 작품에 얼굴이 나오고 있으니 그 연유가 궁금해졌다.
 그는 실제 2002년 울산시에서 월드컵 특별 연극 제작을 할때 울산을 처음 찾은 이래로 지금까지 십년간 울산과 인연을 맺어왔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참여한 것은 물론 뮤지컬 <태화강>의 경우 매년 공연 등장했고 곧 있을 여수 공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래서 마음만은 늘 울산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전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신도 모르게 울산의 태화강이 이뤄낸 변화 등 울산의 변화상을 주저리 읊어댄 적도 있을 정도로  무의식중에(?)도 울산생각을 하고 울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갖고 있는 이다.

   
▲ 올해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뮤지컬 '러브 앤 로즈'에 장미백작으로 특별출연한 모습.

# 울산, 여러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 이룬 도시
십년전부터 울산을 찾았다고 하니 그런 그는 지난 십년간 울산의 변화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10년전 처음 찾은 울산의 태화강은 분명 지금처럼 깨끗하지 않았는데 한 4~5년 전부터인가 이곳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지금은 지난 10년전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됐지요. 울산에 자주 오다보니까 알게 되는 사람도 많아지고 이제는 제가 울산 시민이라도 된 것처럼 어디 다른 도시에 가면 이렇게 바뀐 울산 자랑도 많이 합니다"
 그는 사실 TV탤런트로서 활동했을 뿐 아니라 <번지없는 주막>, <홍도야 우지마라>, <굳세어라 금순아>, <울고넘는 박달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악극들을 선보였던 장본인이다. 지난 10여년간 이처럼 악단 <가교>의 단장으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서울 뮤지컬 단장으로 행정가로서의 행보도 걸은 바 있다. 그는 이처럼  90년대 우리 악극을 온 국민의 악극으로 사랑받게 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사라져가는 장·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공연마련에 힘쓰고 있는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에게서 울산의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법. 그는 울산의 문화예술분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울산이 몇년전만 해도 사실 문화적으로는 척박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대형공연을 유치해도 표가 팔리지 않는 도시, 시민들이 일하기에 바빠 문화생활은 좀 도외시하는 도시.. 등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정말 달라진 것 같습니다. 실제 공연을 해보면 제가 하는 공연의 경우 빈 좌석이 없고 시민들의 공연참여모습도 예전과 사뭇 다릅니다. 눈빛도 진지하고 호응도 좋고 말이죠.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이곳 문화예술회관 공연만 해도 전시적인 공간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런 공간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좋은 공연도 저렴하게 접하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꽃, 분수, 조각전시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접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또 이렇게 시에서 주도적으로 나선 문화정책들을 시민들이 잘 활용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서 충분히 울산도 문화도시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대학로나 홍대처럼 문화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문화성장은 경제성장이나 기술발전처럼 그렇게 한순간에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 시립극단 울산에도 생겨야

   
 

그렇다면 연극 배우로서 울산의 연극계 분야에 대해서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울산 연극계도 지금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시립극단이 없다는 점입니다. 10년 전 그는 울산에서도 시립극단이 만들어질 뻔한 흐름이 있었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무산된 적이 있죠. 이제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으니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시립극단이 지역 연극계의 중심에 버티고 있어야 지역 연극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지금처럼 우후죽순식으로 소규모 극단만 활동해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끄는데 한계가 있고 연극 배우들 역시 여러모로 안정이 안되니까 힘듭니다. 다른 것은 크게 바랄게 없는 울산이지만 거창하게 뭐 문화발전같은 얘기보다는 같은 연극배우 선배로써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시립극단 하나는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네요"
 긴 무명시절을 겪었던 선배 배우로써 연극 배우들의 지난한 삶을 익히 아는 그인지라 이 얘기를 할때는 뭔가 뭉클한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 하루속히 그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고여진 물은 썩는 법
최근 근황도 궁금해졌다.
 요즘도 악극으로 극단 가교의 무대에 서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악극은 지금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연은 아니라고 했다. 요즘에는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뮤지컬 등이 대세인지라 극단 가교의 무대 역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악극은 우리 사회의 장·노년층에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그 당시 한국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들을 보여주는 연극이란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간과되서는 안되므로 최근에는 많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악극을 전국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가 최근에 전국 투어로 선보이고 있는 연극 <춘향가>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만해도 과거 악극의 모습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공연의 코드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그만의 색깔을 담은 연기,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만수아빠나 쿠웨이트 박 역시 그런 케릭터가 아니였던가. 그 때 그 시절도 궁금했다.
 쿠웨이터 박 같은 캐릭터는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물었다.
 그는 "시나리오에 '야한 의상을 입은 쿠웨이트 박'이라고 지문이 나오면 그 다음은 배우의 몫이죠. 캐릭터를 가만히 생각해 보고 남대문 시장에서 싸구려 옷들을 사서 의상을 만들었어요. 진달래 색깔의 머플러 하며 팔찌 등을 하고 가니까 녹화하는 날 난리가 났어요. 어떻게 저런 설정을 하고 나올 수 있냐고요. 상대역인 박혜숙 씨가 웃느라고 녹화를 못 했어요"
 이런 그의 노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들어오는 배역을 위해 나잇살도 찌지 않도록 늘 관리하고 지금도 캐릭터에 어울리는 의상이나 말투 손동작 등 다양한 것에 신경을 쓴다. 이런 노력이 있기에 지금의 프로 배우 최주봉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 젊은이들 조급해 하지말고 기초부터 다져야
끝으로 어려운 시절을 관통한 선배로서 젊은 후배를 비롯해 요즘 젊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조급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초를 다 밟고 올라가서 어려움을 겪고 노력한 만큼의 그릇을 쌓아나가야지, 설령 한 번에 쌓았다고 해도 엎어지고 깨지는 과정에서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젊은 시절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면 자만해지고 폼만 잡고 이상한 짓해서 돈을 낭비하기 쉬워요. 자신에게 실력이 있으면 그만큼 언젠가 꽃을 피우게 되어 있어요. 노력과 자기역할을 충실히 하는 배우들은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 있지만 모든 것을 감내하고 기초부터 다져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허튼짓을 하지 않지요. 그리고 기다리는 직업이기 때문에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네요"
 앞으로도 태화강을 비롯해 울산에 자신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달려올 준비가 돼있다는 최주봉. 앞으로도 울산에서 그의 반가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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