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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향 시인이 그린 곽해룡 시인

할머니가 옛날 사탕을 하나 주면서, 사탕 하나에 든 달고 고소한 맛이 얼마나 긴 줄 아냐고 물었다 맛의 길이를 어떻게 재냐고 되물었더니, 걸으면서 재보면 운동장 열 바퀴도 넘는다고 했다 뛰면서 재면 스무 바퀴도 넘겠다고 했더니, 자동차를 타고 재면 서울에서 천안도 갈 거라 했다 비행기 타고 재면 제주도도 넘겠다고 했더니, 할머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사탕 하나 물고 다녀올 수 있는 거리
황해도 옹진이 고향이신 할머니


■ 감상노트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미각을 시각화하여 분단의 아픔을 드러낸 시  <맛의 거리>를 감상 해본다. <맛의 거리>는 사탕 하나의 달달한 맛을 통해 실향민에게는 그리움의 거리를,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는 이데올로기의 거리를 느끼게 해준다. 할머니의 고향인 황해도 옹진은 제주도의 반밖에 안 되는 가까운 곳이어서 비행기를 타고 가면 입에 문 사탕 하나가 다 녹기 전에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60년이 지나도 갈 수 없는 막막한 곳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로 왕래할 수 없는 곳은 철조망 너머 저 북녘 땅만이 아니다. 같은 남한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념의 벽에 갇혀 소통이 되지 않는 답답함을 할머니와 손녀의 말놀이 형식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이시향 시인(울산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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