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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션, 영화감독, 배우로 끊임없이 변신하는 늘 출발하는 작가 츠지 히토나리.
#작가소개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과 열정사이』로 한국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은 작가이지만 일본에서는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해 작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진 작가다. 게다가 그 자신이 뮤지션, 영화감독, 배우로 활동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취향과 감성을 읽어 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1959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1989년,『피아니시모』로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1997년에『해협의 빛』으로 제116회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쥐었고 1999년『백불』로 프랑스 페미나상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감독, 각본, 음악을 맡은 영화 <천년 여행자>와 <부처>로도 주목을 받는 등 문학 외의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우안』,『아카시아』,『태양을 기다리며』,『안녕, 언젠가』,『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사랑 후에 오는 것들』,『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냉정과 열정 사이 Blu』 등이 있다.
 
#에피소드
츠지 히토나리는 공지영과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소망)'의 공동 집필로도 알려져 있다.


 이 공동집필은 2010년 두 나라 사이가 과거의 시간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우호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문화적 접근으로 기획됐는데 서울과 파리에 있는 두 작가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집필해 2011년 5월 16일부터 12월 1일까지 한겨레신문에 '먼 하늘 가까운 바다'로 연재됐으며, 연재 원고를 모아 재작업을 거쳐 단행본으로 선보이게 됐다.


 당시 츠지 히토나리는 파리에 있는 단골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 유학생이 공지영의 팬 이어서 이 제의에 응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지영은 그와의 작업에 대해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를 만나고 있는 것과 신기하게도 같다. 그는 늘 장난꾸러기 같고, 그는 늘 조용하나 그는 늘 설레이고 있고, 그는 늘 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진실과 진심으로 해냄으로써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까운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로 작업하고 있는 내 오누이 같은 그와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그의 경쾌와 그의 진심이 우리 독자들에게도 나와 같은 감동을 일으키리라고 믿는다. 그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 그 백 년 후의 흐름에 이 소설을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츠지 히토나리는 뮤지션, 영화감독, 배우로 끊임없이 변신하는 늘 출발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 백불白佛, 존재에서 기억으로
#최근 인기작
츠지 히토나리는 2009년 『우안』이후 오랜만에 작가만의 시적이고 투명한 문체가 돋보이는 장편소설『백불白佛, 존재에서 기억으로』를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이 소설은 작가가 조부를 모델로 집필한 소설이다. 직접 어머니에게 전해 들은 조부에 대한 실화에 픽션을 가미했다. 당시 그가 느꼈던 감동과 이후 자신의 가슴에 뿌리내린 전쟁과 살생, 삶과 죽음, 기억과 사랑에 대한 상념들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러일전쟁, 태평양전쟁의 패배 그리고 고도경제성장이란 일본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오오노지마라는 작은 섬에 사는 주인공 미노루의 70년에 걸친 일생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인 고찰이 장대하게 그려진다. 또한 인간의 죽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끊을 수 없는 고리가 되는 사랑, 그리고 기억을 자신의 눈을 통해 사고함으로써 독자는 누구나가 품는 의문과 직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로 츠지 히토나리는 일본인 최초로 프랑스 5대 문학상인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작품성은 물론 영화감독, 락가수, 소설가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츠지 히토나리에게 소설가로서의 자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에구치 미노루는 칼을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나 전쟁 중에는 철포 개발에 종사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는 발명가가 된 츠지 히토나리의 외조부인 이마무라 유타카가 모델이다. 당시 군국주의로 치단 일본은 전쟁을 미화하고 일본인들은 나라를 위해서라는 군부의 말에 선동되어 전장에서 죽어갔으며 아시아 각국에 막대한 피해와 슬픔을 초래했다. 이것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작가의 조부는 모든 사람은 태어난 순간 평등하다는 것을 그가 건립한 백불을 통해 말하고자 했다.


 '백불'은 현재까지도 일본 후쿠오카 쇼락쿠지에 보존돼 있어 독자들이 이 절을 찾고 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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