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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밀도감을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조정래 작가. 그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소개
1943년 태어나 일생을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탈장을 십여차례나 하면서 완성했다는 그의 대표작 대하소설<태백산맥>과 <아리랑>은 1980년대 출간 이후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널리 읽힌다.


 또 2002년 완간된 <한강>은 <태백산맥>과 <아리랑>에 이어 현대사 3부작을 완성하며 1,000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1970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가 대표작이다.


 최근 장편소설 <인간연습>, <오 하느님> 등을 발표해 시대와 사회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번역출간됐을 뿐 아니라 영화와 만화, TV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에피소드
정채봉 동화작가는 조정래 작가와 관련된 이런 일화를 글로 얘기한 적이 있다.


 "조정래 작가가 <태백산맥>의 7권을 쓰고 있었을 때쯤인가 밤중에 전화 벨이 울려 받아보니 조정래 작가가 다짜고짜 "난디 돌쩌귀풀꽃이 구시월에 피지잉?"하고 물었다. 나는 그때 꽃잠에 들어 있었으므로 "돌쩌귀풀꽃인지 문고리풀꽃인지 구시월에 핀다 하문 어떻고 동짓달에 핀다 하문 어떻습니까?"하구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난데없이 소주병을 들고 들이닥쳐서 닦달을 했다. "야, 지금이 몇 시냐, 이렇게 편하구서도 글이 살아남아 주길 바라느냐"로부터 시작해 "태백산맥 그 넓은 천지에 나는 것이라면 돌쩌귀풀꽃은 물론 검불 하나도 내게는 소중하다"로, 그리고 "지리산 골짜기에 들어가 봐라, 층층이 다랭이논을 보면 수탈자에 대한 분노가 끓지 않을 사람 없다"로 까지. 그만큼 그 무렵의 조정래씨는 <태백산맥>에 미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컴퓨터로 글을 쓰면 손보다 20~30배 빠를 정도로 소설 쓰는 이에게 컴퓨터는 필요한 도구지만 그 속도감 때문에 글의 밀도감은 떨어진다"며 "글은 한번 쓰면 만년을 가는 생명력을 갖는 것인데 기계의 속도 때문에 글의 밀도감이 떨어지면 안 쓰는 것만 못하지 않습니까? 내 글의 밀도감을 위해 앞으로도 영원히 컴퓨터는 켜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 외면하는 벽.
#최근 인기작
<외면하는 벽(해냄)>은 1977년부터 2년간 조정래 작가가 문예지에 발표한 8개 작품을 수록한 것으로 <조정래 문학전집>의 개정판이기도 하다.


 집필 42년째를 맞은 작가는 이 작품집을 통해 청년시절 가졌던 문제의식과 고뇌를 보여준다. 급속한 근대화가 빚어낸 소통의 단절과 각박한 사회상, 전쟁이 남긴 혼혈의 아픔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사상범으로 붙들려 해도 들지 않는 암벽 감옥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자의 절망을 다룬 '비둘기', 소매치기 생활과 소년원 체험 등 부모와 함께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통을 겪은 동호의 이야기'진화론', 같은 고아원의 원생이었으나 입양된 덕에 착실하게 성장해 의사가 된 태섭과 유부남의 아이를 밴 채 아무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경희를 대조적으로 그리고 있는 '한, 그 그늘의 자리', 이 땅에서 태어났음에도 한 번도 인간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혼혈아들의 고민과 갈등을 다룬 '미운 오리 새끼'가 시대가 빚어낸 아픔에 대해 청년작가의 고뇌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면, 직장 동료인 미스 김의 자살을 통해 자본주의가 빚어낸 소통단절의 상황을 그린'우리들의 흔적', 근대화로 인한 공동체적 전통의 붕괴를 그린 '외면하는 벽', 자본주의와 국가 권력의 유착 관계를 어느 시골 마을에서의 귀신소동에 빗대 비꼬고 있는'두 개의 얼굴'은 산업화로 인한 인간 소멸과 갈등을 예견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여 년 전 조정래 작가가 고심했던 시대적 가치가 지금도 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문제들이 우리가 사는 지금의 모습과 깊이 여전히 깊이 연관된 문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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