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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림 대표를 처음 눈여겨보게 된 것은 미혼모를 돕는 월간지 '키스 Kiss' 때문이었다. 제작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이 기부로 이뤄지는데다 그 수익금도 미혼모를 돕는데 쓰인다는 컨셉의 잡지가 나온 것은 울산 뿐 아니라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그 소식을 신문기사를 통해 접했던 지라 신문에 난 그의 얼굴 사진만 보고 울산에서 어떤 20대 여성이 저런 기특한 일을 벌인 것일까 우선 궁금했고 지역 신문의 한계를 깨기 위해 나는 왜 저런 좋은 생각들을 하지 못했을까 반성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 전쯤 그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고 그제서야 알게 됐다. 이 잡지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반짝하고 나타난 기획물이 아니라 그동안 기획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30대 여성의 보다 주도면밀하고 진정성이 담긴 결과물이었음을.
'Kiss'의 창간을 이끈 남경림(35)씨는 사실 울산에서 수년간 기업체 컨설팅, 사원교육 전문업체 (주)ETC기업문화연구소의 대표였던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이 분야의 일을 준비하고 시작했으니 어느덧 10년차의 경험치를 지닌 인물이다.

   
▲ ETC기업문화연구소 남경림 대표가 월간지 kiss 발행 과정과 토크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 미혼모 지원 잡지 'Kiss' 창간
게다가 Kiss는 그자체로 새로운 것이라기 보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토크 콘서트'를 지역에 더 잘 알리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다 생각해 낸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남 대표는 "2011년 토크콘서트 형식의 문화 콘텐츠가 전국적으로 열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울산에서 좀처럼 접할 수가 없는게 아쉬워 소통의 장인 토크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다. 근데 콘서트를 열고 보니 아직 시민들에게는 낯설어서인지 객석이 채워지지 않는 것 아닌가. 그래서 스포츠 선수, 각 분야 전문가, 연예인 등 유명인들을 부르기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잡지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기왕이면 사회에 나눔의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재능기부 형식을 도입해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고 싶었고 무엇보다 나 역시 한 아이의 어머니이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미혼모 돕기란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미혼모 문제는 자신에게 공감 가는 문제였을 뿐 아니라 도움을 받는 미혼모쪽에서도 그에 대해 더 열린 마음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Kiss'가 발행됐을 때 레이아웃과 내용에 대해 덜 전문적이란 평가도 있었고 과연 이것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까 우려도 일각에선 있었지만 2월부터 시작해 최근 7월호까지 발행권수를 차곡차곡 쌓으며 보다 나은 잡지가 되가고 있다. 내 경우엔 재능기부단들이 매월 선택하는 참신한 아이템들을 눈여겨보는데 요즘엔 그 인기가 갈수록 높아져 울산 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안동의 한 고택에서 관람객을 위해 개방하는 서가에 'Kiss'를 비치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울산을 비롯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알려지며 울산홍보대사 노릇까지 해가고 있는 것이다.
 
# 일·육아 어려움 가족 도움으로 극복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분명 녹록치 않은 일인데 그는 어떻게 이 둘을 함께 해올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남편과 시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혼자선 분명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결혼 후 4개월간 남편이 해외에 있었는데 당시 시어머니는 매일 밤 마중을 나와 딸을 기다리듯 그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이런 남편과 시부모님을 만난 것만 봐도 제가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라며 웃었다.

 가족의 도움으로 이겨내고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땐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벽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국내에서 엘리트 코스로 무용을 전공한 뒤 무용학원을 열어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짜다가 자신이 무용보다는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에 오히려 더 큰 흥미를 느낀 것을 알게 됐다는 남 대표. 이후 3년을 관련 분야의 책을 쌓아두고 읽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얻으며 기업컨설팅교육회사를 차렸다. 당시는 기업의 CEO를 비롯한 임원 및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교육회사가 울산에선 생소했던데다 스무살 중반의 젊은 여성이 대표로 있다고 하니 반응은 냉담했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 열심히 발로 뛰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갔고 요즘에는 남 대표의 강의를 자신의 아들에게도 들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고정팬들도 생겼을 정도다.
 
# 울산서 낯설던 토크 콘서트 첫  기획
회사뿐 아니라 그의 토크 콘서트 프로그램 역시  활로를 찾기까지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 회사가 컨설팅, 기획, 교육 등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공연기획 전문회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울산에 맞는 토크콘서트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 회당 1,00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출해야하는 것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겐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전체 예산 중 30%~40%는 자부담으로 하기로 하고 나머지 부분을 후원해줄 수 있는 후원기업을 찾았지만 쉬울 리가 없었다. 울산지역 대부분 기업담당자들이 토크콘서트란걸 접하지 못했고 대중성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었다. 공연을 대관한 한 장소는 강의가 늦어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한 번 장소를 열어준 후로 다시는 장소를 대관해주지 않는다고 해 그와 싸운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장소 구하랴 후원금 구하랴 이리저리 다니며 2011년 9월 토크콘서트의 막을 올렸다. 처음에는 객석을 채우기도 힘들었지만 어느덧 8회의 공연까지 오면서 한 강의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이들이 생길 정도로 그 팬도 늘었다.

 청춘극장'Gostop고스탑'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5회의 공연을 통해  공병호 박사, 김정훈 홍보관, 양준혁 프로야구해설위원, 부활의 국민멘토 김태원씨, 기부천사 션,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 등 전문가들이 멘토로 무대에 섰다. 지금까지 약 3,000명의 시민이 연인, 친구, 부부, 자녀 등의 손을 잡고 참여했고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좋은 이들과 함께 진솔한 얘기들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 재능 기부로 나눔실천 '행복'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묻는다고 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으며 왜 그런 일들을 하며 힘들진 않냐고.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는 "다만 내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살아가는 동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뿐"이라고 답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가치 있는 일'이 내가 사는 울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행복하고 그 가치를 함께 만들어 가기에 의미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을 찾았고 그것을 이미 실행해 가고 있는 그는 그것만으로 참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 행복한 기운이 전해지는 법인데 그를 만나고 오는 오후에도 한동안 그 유쾌한 에너지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묻고 싶은 게 생겼다. 그에게 가치있는 일이 지역의 힘든 이들에게 다른 이들이 손을 뻗도록 그 둘을 이어주는'다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우리 각자에게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바로 그 가치를 위한 일들인지. 내 자신에게부터 먼저 묻고 싶어졌다.

[kiss 통해 기부 참여하고 싶다면?]

첫째, kiss 전용 가판대(롯데 시네마, 각종 공기관)에서 키스를 갖고 갈 때 500원의 기부금을 낸다. 모아진 기부금은 100% 전액을 울산의 미혼모와 어려운 환경의 싱글맘들의 자립지원을 위해 쓰인다.

둘째, 자신이 잘 아는 혹은 관심있는 주제로 글을 쓰거나 교열을 보는 등의 재능기부를 하는 것.

셋째, 정기구독을 신청한다. 1년 정기구독료는 5만원으로 정기구독할시 Kiss도 받아보고 구독료의 20%를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다. 'kiss기부천사'카드도 함께 받는데 카드를 소지하면 구독기간 중 kiss기부천사가맹점에서 상시 10%의 할인혜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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