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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칠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가 이육사님의 청포도이다. 중학교 시절 시험을 잘 보기위해 달달 외웠던 청포도, 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이육사님 대부분의 시속에 담겨있는 애국 사상을 고려하지 않고 읽으면 아름다운 서정시로 읽을 수 있다. 이육사님은 청포도를 상징화 하여 그 시대의 민족적 수난을 예술로 승화시켜놓았다. 청포도는 저항시나 고향인 조국을 대표하는 그리움을 나타내는 심상 등 여러 해석들이 있지만 나는 청포도 하면 고향집 돌담과 지붕 사이를 얼키설키 올라가 여름철 그늘 만들어 주던 청포도 떠오르고, 지붕 위에서 하나 둘 따먹으며 바라보던 파란 바다 냄새가 떠오르고, 평상에 앉아 하나 둘 익었다 싶은 놈으로 따먹던 새콤하고 달콤한 청포도가 떠오르고, 방학을 맞아 육지에서 내려왔던 반가운 사촌들이 떠오르고, 평상에 앉아서 늘 성경을 읽던 할머니 하얀 머리카락이 떠올라 평온해진다. 늘 그리운 내 고향집 칠월도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다. 이시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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