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 초 울산광역시의회 전반기 수장에서 평 의원으로 돌아온 박순환 전 의장의 최근 상임위 질의가 사뭇 날카롭다. 초대광역시의원을 거쳐 남구의회의원으로, 다시 광역의원으로 벌써 20년 경륜의 지방의원인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공무원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U가 만난 사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사적인 일정을 좀처럼 허락하지않았던 '스케줄'에서 해방됐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열평 남짖 비좁은 의원 사무실 안에서 만난 그는 진짜 평의원이 되어 있었다. 시의회 수장에서 물러난지 이제 보름 밖에 지나지않았지만 어깨를 짖눌렀던 '권위'를 털어낸 듯, 그는 지인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임 욕심보다 아름다운 용퇴 선택
폭력사태·환복위 파행 등 오점불구
의장단선출 등록제 등 제도개선 성과
반구대 등 지역 현안 신중 접근 필요

   
▲ 이달초 울산광역시 시의회 수장에서 평의원으로 돌아온 박순환 전 의장은 20년 지방의원 경륜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더욱 다가서는 의회가 되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평의원으로 돌아와 일주일동안 상임위 활동 했다. 느낌이 남다를 텐데.
- 시의원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자기의 처한 위치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장을 지낸 사람이니까 뒷전에 물러나 살살하겠다 이런 마음은 없다. 상임위원회가 열리면 적어도 10분 전에 도착해 준비한다. 지각, 결석 안하고 최선을 다해 의정 활동을 한다는 마음은 지방의원으로 첫 발을 내디딜 때 부터 한결같이 지켜온 나름의 규칙이다. 상임위 질의를 다시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연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아쉽다는 생각도 할 만한데.
- 전반기 의회를 이끌어 오는 동안 큰 과오가 없으니 한 번 더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위의 의견이 있었다. 자리에 대한 욕심보다는 재임기간 중 이루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아  개인적으로 갈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을 하겠다는 분이 나섰고, 어떤 형태든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되다보니 괜한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싶었다. 다른 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의회의 새 의장단이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새 의장단에 대한 기대는.
-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간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막판 여야가 모두 만족할 만한 배분이 이뤄져 마음이 홀가분하다. 새 의장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새 의장단이  젊은 분들로 꾸려졌기때문에 앞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분들은 하고자하는 의욕이 넘치고, 해박한 지식도 있다.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신뢰를 한층 더 높여 줄 것으로 믿는다.
 
△전반기 의회는 시작부터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여야가 다투면서 시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평가를 해달라.
-지방의원은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뽑아줬기 때문에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전반기 의회는 개원의회에서의 폭력사태, 고황유 허용을 둘러싼 환복위 파행 등시민들에게 보여서는 안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의장단 선출을 교황식 선출방식에서 탈피해 '등록제'로 전환하는 등 제도개선을 이룬점은 평가 받을 만하다고 본다. 이번 후반기 의장단 선출에서 미흡하기는 하지만 일부 상임위원장 선거가 경선으로 진행된 점은 의미있는 성과다. 스스로 상임위원장 후보로 등록하고, 본회의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동료 의원들에게 평가를 받는 모습은 분명 진일보한 시의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의회의 목적 중의 하나는 집행부를 잘 견제해서 시민들의 세금을 아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울산시의회가 그간 집행부와 너무 가깝지 않았나 하는 지적도 있다.
- 집행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는 이를 심사하면서 견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만 견제를 위한 견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의회도 그렇지만 집행부 역시 시민들이 잘 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계획을 수립한다. 이 때문에 집행부에 힘을 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객관적 안목에서 집행부의 정책과 예산을 살펴보고 잘못은 과감히 지적하되, 좋은 사업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수산 아파트 비리의혹 등 지역현안에 대해 시의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 현안에 대해 대의기관인 의회가 적극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전반기에는 외고붕괴 사건과 관련해 의회내에서 특위를 구성해 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문수산 아파트 비리의혹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다, 집행부의 수장이 스스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등 문제 해결에대한 적극 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의회가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 울산시가 '업무상착오'를 한  해당 공무원들을 직위해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굳이 시의회가 특위 등을 통해 재 조사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반구대 암각화와 물문제에 대해서는 '식수문제'가 걸린만큼 신중한 접근방법이 필요했다.
 
△지방의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고, 전국 시도의장협의회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현재 지방의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이 없다는 것이다. 의회가 인사권이 없다보니 사무처 직원들이 집행부의 눈치를 보게 된다. 집행부도 의회가 어떤문제를 제기하면 사무처 직원들을 설득하는 경우도 생긴다. 의회사무처에 대한  최소한의 인사권이라도 지방의회 수장에게 주어져야 한다. 현재 예산편성에 관한 권한이 모두 집행부에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의원들이 지역구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있더라도 스스로 예산을 편성할 권한이 없으니,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부탁하는 상황이된다. 빈번한 정실 보은 인사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인사청문회'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최소한 집행부 고위직 간부, 시 산하기관장, 지방공기업 수장들에 대해서는 시의회가 시민들을 대신해 검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 정치를 시작하면서 꿈을 그려놓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나에게도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몸을 낮추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하진 않겠다. 말하는 순간 상대가 나선다. 그러면 또 다퉈야하고…

박 전 의장은 전반기 동안 각종 행사장에서 "시의회가 잘 '순환'되도록 하는 일은 제가 맡아서 잘 합니다. 여러분도 조직의 '순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십시요"라는 취지의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비록 시의회를 '순환'시키는 일은 넘겼지만, 그는 여전히 울산시의회를 '선순환'시킬수 있는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