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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 작가.
#작가소개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塞下曲)'이 당선돼 문단에 등단한 이문열은 '사람의 아들', '들소', '황제를 위하여', '달팽이의 외출' 등 많은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현란한 문체로 풀어내 폭넓은 대중적 호응과 사랑을 받는 국민작가로 불리게 됐다.


 회고형식을 통한 나레이터의 기술을 통해서 초등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의식구조와 권력형태를 엄석대(嚴石大)와 5학년 2반 급우들을 내세워 일종의 우화(寓話) 수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 나라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스페인, 콜롬비아, 이탈리아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1979년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래 '금시조'로 동인문학상(1982), '황제를 위하여'로 대한민국문학상(1983), '영웅시대'로 중앙문화대상(198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이상문학상(1987), '시인과 도둑'으로 현대문학상(1992),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으로 21세기문학상(1998), '변경'으로 호암예술상(1999) 등을 수상하며 작가적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에피소드
"감격스러웠어요. 독도가 이렇게 가깝고 살가운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이문열 작가는 평소 보수파로 유명한데 지난 10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도 동행했다. 그는 당시 여러 인터뷰에서 "1시간 남짓 독도에 머물렀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평소 독도 문제에 대해 강경한 민족주의적 입장을 보여온 이 작가는 일본 지방정부가 조례를 공포하고, 교과서에 수록하는 등 독도 문제에 대한 왜곡을 시도할 때마다 비판적인 발언을 해오기도 했다. 그는 "제 나라 땅에 자국의 국민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것 자체가 뉴스가 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의 이번 독도 방문에 대해 필요 이상의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대통령이 자국 영토를 방문하는데 적절한 시기가 따로 있겠느냐"면서 "몇 해 전 前러시아 대통령이 일본과 분쟁을 겪고 있는 섬들을 방문한 것처럼 대통령이 자국의 영토임을 확인하고 공표하는 행위 정도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향후 독도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강경하다. "일본이 교과서에 자기네 국토라고 명기했는데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그럴 때일수록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국가의 힘을 길러 우리 영토를 잘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확실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 호모 엑세쿠탄스.
#최근 인기작
이문열의 신작 '호모 엑세쿠탄스'는 '사람의 아들'의 속편 격으로 작가가 십여 년 이상 준비해 온 작품이다. 우리 시대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이문열은 이 소설에서 인간에게 또 하나의 속성을 부여한다. 바로 '호모 엑세쿠탄스', '처형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작가에 따르면, 인간은 언제부턴가 초월적인 존재들을 처형해 왔다. 한편으로는 용과 마녀, 악마 등 악신(惡神) 퇴치의 신화,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거룩한 신성(神性)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온 존재들에 대한 수난과 박해의 역사가 그것을 방증한다. 인류 역사에서 그런 역할을 해 온 인간들이 바로 '호모 엑세쿠탄스'. 이 소설의 주인공 신성민도 그런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친다.


    소위 386세대로 대학 시절 한때 운동권이었던 그는 서울의 한 증권회사 과장이다. 2003년 대통령 선거 바로 전, 동료들과 찾았던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그는 막달라 마리아의 현신이라 볼 수 있는 '마리'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나고 이후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예수 그리스도로 상징되는 보일러공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 그리고 보일러공을 죽이고 세상의 변혁을 주도하려는 정체 모를 시민단체 '새여모'의 무리들이 그의 주변에 출몰하며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 이들이 이렇게 '호모 엑세쿠탄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주인공은 유대 전쟁사를 또 하나의 텍스트로 끌어 온다.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군사적 메시아를 꿈꿨으나 결국 동족 간의 학살로 끝나는 유대 전쟁사를 통한 작가의 비유가 의미심장하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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