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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미술계에 '아줌마 군단'이 뜨고 있다.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화랑도 성업 중이다.
 아마추어 주부화가들의 내공은 천차만별이다. 프로급의 실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소수지만 존재하고 이제 막 붓을 잡은 수준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지역 전시예술계 관계자들이 아줌마 미술군단을 대하는 시각도 여러 갈래다.
 현대미술을 지향하는 등 새로운 감각으로 현 세태를 표현하고 시대적 고민을 담고자 하는 지역 화가들은 대개 비판적이거나 착찹한 눈으로 바라본다. 이들이 가장 거북하게 여기는 것은 지역 문화센터나 사설 미술관, 개인 스튜디오에서 미술을 교습받은 주부 아마추어 미술가들이 대부분이 틀에 박힌 형태의 작업을 대거 선보인다는 데 있다. 지도교사의 붓터치와 스타일을 모방한다든지 실제 혹은 사진속 정물과 풍경을 화폭에 옮길 뿐 어떤 정서나 감흥을 담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불평한다.
 또 미술에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은 이들이 작업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다 여유있는 경제력으로 밀어붙이는 개인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인전 한 번 열려면 몇백만원에서 1천만원 가량 든다. 1주일 대관료, 전시 도록 제작비, 액자 및 재료비, 다과비나 운송비 등 못해도 5백만원 이상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 지역 전업작가는 전시회 비용에 등골이 휜다.
 그러나 30대 중반 이후 새로 붓을 잡은 주부화가는 대개가 경제력을 갖춘 계층이라 개인전 비용보다 생애 첫번째 전시를 갖게 된다는 기쁨이 더 크다. 덕분에 전시장이나 도록 제작업체, 액자상, 사진촬영가까지 인사동 일대에 두루 기름기가 돌게 된다.
 물론 이 같이 주부화가가 다수 양성되면 무엇보다 오랫동안 가정에 묶여 자기 표현을 못 하고 살아온 이들의 늦깎이 열정이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로인해 지역 미술계 저변이 넓어지고 풍성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빛이 밝을수록 어둠은 그에 비례해 짙어진다. 그동안백화점 및 문화기관의 문화센터나 개인교습, 사설화랑 등을 통한 지역미술인구 확대에 에너지를 모았다면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적 발전에 지역미술계의 고민이 잇따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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