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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 산다. 음식은 곧 생명이다. 그런데 지금 지구촌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다. 사상 최악의 가뭄과 폭염, 물 부족 등으로  인한 초유의 식량 부족 사태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등하는 곡물가격의 고삐를 잡기 위해 G20(주요 20개국)이 나섰다.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조만간 '신속대응포럼'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계 곡물 시장이 '비정상'이라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세계 물 주간을 조직하는 '스톡홀름 국제물연구소'는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다가올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2050년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인류가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식량위기 때문에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극단적인 물 부족이 곡물 부족으로 이어지고, 또 곡물사료 부족으로 가축수가 줄어들면 식량위기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고기를 못 먹을 날이 온다는 얘기다.  
 

 남의 일이거나, 먼 훗날 일이 아니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 곧 발등의 불로 떨어질 것이다. 특히 곡물 가격은 축산농가 사료값과 직결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은데다, 축산 경영의 65%가 사료비로 쓰인다. 울주 농가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세계적 가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사료값도 앞으로 얼마나 더 치솟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난국을 아무도 피해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있거나 포기해서도 안 된다. 위기 앞에 우직하게 맞서 맷집과 내성을 키워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는 인간의 힘으로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선 대비가 최선의 방법이다. 자체 기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축산 경영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사료의 자급자족이다. 사료는 크게 조사료(풀사료)와 배합사료(곡물사료)로 나뉘는데 이들 사료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게 절실하다. 수입에 의존할 경우 국제 곡물가와 환율 상승 등에 늘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군은 우선 '2013년 조사료 자급률 100% 달성'을 목표로 지난 2009년 5개년 계획을 세워 청보리 등 조사료 증산사업에 박차를 가해 왔다.
 우리 군에는 현재 3만5,000여 두의 소가 있다. 이들 소에 대한 조사료자급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서 확보해야 재배면적은 3,000㏊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박차를 가하는 것은 행정 좋자고 그런 게 아니다. 축산 농가, 더 나아가 울주 농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축산의 뿌리가 위태위태하면 전국 유일의 먹거리특구인 언양·봉계불고기특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농업이 무너지면 울주의 정체성 자체도 흔들리게 된다. 이런 '위기'를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료 자급률 100% 달성을 위해 축산 농가가 적극 나서줘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재배면적을 늘리기 위해 겨울철 빈 논밭이 없도록 농가들이 발벗고 나서야 자급률 100%를 달성할 수 있다.
 

 조사료 자급자족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배합사료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농가 스스로 강구해야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우리 군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 추진할 계획이다. 
 

 사료 자급자족은 단지 축산농가 경영에만 유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 경제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사료작물 재배에 따른 새 일자리가 창출되고, 아름답고 푸른 논밭을 사시사철 볼 수 있다. 한우 가격이 적정선을 유지하면 언양·봉계불고기특구를 찾는 발길도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가적으로는 외화절감의 효과도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 농업은 과거 전통적 개념의 1차 산업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 열쇠를 쥐고 있는 미래 '생명산업'이다. 이 생명산업이 후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임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특히 축산농가가 건재해야 울산 농업 전반이 탄탄히 성장·발전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당대에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보기만 해도 아까운 금쪽같은 예쁜 우리 손주들, 그 후세대들의 미래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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