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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모처럼 아내와 휴가를 맞추어 다소 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아들이 강원도 홍천에서 군복무를 하기에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휴가 장소를 강원도로 잡았다. 물론 당초계획은 울릉도를 가기로 했지만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몰아친다고 해서 급히 예약을 취소하고 집을 나섰다.

 아침에 출발해서 군부대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되었다. 갑자기 면회를 가게 되어 외출을 할 수가 없어 부대 안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아들과 같이 나온 동기 3명과 즐거운 점심을 먹었다. 집사람이 얼마나 음식을 빈틈없이 준비했는지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리 부부는 다시 길을 떠났다.
 오후 5시경 인근에 있는 남이섬을 찾아가서 섬의 매력을 찾아보았다. 남이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自然)에 적당한 인공(人工)을 가미해서 곳곳에 스토리텔링이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겨울연가의 안내 책자를 가지고 촬영지를 찾아서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내 고향 울산을 생각했다. 울산의 많은 아름다운 장소마다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찾아야만 한다. 그것만이 21세기의 관광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직장인들의 휴가가 대부분이 끝이 났는지 관광지에는 조용했다. 어젯밤 민박집의 손님은 우리뿐이라서 휴가철이 끝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다음 여행지인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아서 그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울산에도 그런 수목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쁘띠프랑스(꽃*별*어린왕자 프랑스 문화마을)를 둘려보았다.  
 쁘띠프랑스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촬영한 곳이다. 이곳에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왕자'를 스토리텔링한 곳이었다. 어린왕자는 어린 시절에 읽으면 어렵고, 어른이 돼서 몇 번을 정독해서 읽어야 만 비로소 어린왕자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다. 그곳을 갈려면 반드시 어린왕자를 몇 번 읽고 가야만 어린왕자와 대화를 할 수 있다.

 그곳을 나와 다음 여행지인 설악산 울산바위로 향했다. 설악산 공룡능선은세 번이나 갔지만 불행하게도 울산바위를 가보지 못해 이번 기회에 가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 설악산 입구에 가서 물어보니 태풍으로 인해 울산바위는 갈 수 없다고 한다. 참으로 나는 울산바위와 인연을 맺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차를 낙산사(洛山寺)로 돌렸다.
 의상대와 홍련암을 보고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에 나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것이 보였으니 그것은 계단 위 바위에 쓰여 있는  "길에서 길을 묻다"란 글귀였다.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몇 번을 중얼거리면서 '아, 이것이구나' 라고 나 혼자 생각했다.

 최근에 전국에는 많은 둘레 길을 만들어 그 길을 걷는 열풍에 빠져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길을 찾아 떠날까?'를 자주 생각했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을 길속에서 그 길을 간다. 그 길을 우리는 바른길인지, 나쁜 길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에서 길을 걷는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복잡한 머리를 비워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그동안 혼자서 많은 길을 걸으면서 왜 이 길을 걸을까를 자신에게 되물어 보곤 했는데 그 대답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길을 걸으면서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정도(正道)의 길을 물어 가기 위해서였다. 나에겐 바른 길을 찾아가는 한 방법인 것이었다.

 그래서 그 길 위에서『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 Robert Lee Frost, 1876 - 1963)』을 만난다. 우리는 그 길에서 그에게 길을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느 길로 가야 합니까?"
 "제대로 가고는 있습니까?" 그러나 그는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한다.
 이제 우리 울산에도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찾아내는 작업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또 길을 나선다. 길(路)에서 길(道)을 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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