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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직에 생기(生氣)를 불어 넣을 새 공무원들이 임용장을 받고 각자 근무지로 배치되어 공직자로서의 첫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뚫고 들어 온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처음으로 간 사무실, 일과 생소한 환경으로 많이 어색하겠지만 빨리 적응해서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하여, 이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참 공무원이 되기를 선배로서 감히 부탁드립니다.
 
저도 물론 여러분처럼 첫 발령 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누구나가 다 겪는 일이지만 여러분의 빠른 적응을 위해 같은 사무실의 선배공무원들이 적극 도와 줄 것입니다. 왜냐면 여러분의 선배들도 또 그렇게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이제 곧 우리들의 최대 명절인 추석입니다. 정말 이번 추석은 여러분들을 위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도 여러분처럼 취업을 축하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요. 졸업식 날 '취업이 되어야만 다시 모교를 방문할 수 있겠구나'를 생각한 것이 어저께 같은데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렸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선배로서 두서없이 생각나는 몇 가지를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첫째,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다 봉급명세서를 받게 됩니다. 공직자로서의 첫 봉급인 셈이죠. 저는 첫 봉급을 받고 생각한 것이 '나는 결혼은 못 하겠구나'는 생각을 맨 먼저 했습니다. 그 봉급으로는 가장(家長)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때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요? 단언하건데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 지금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아버지』란 가슴 따뜻한 말을 들을 수 있고, 저 또한 그것으로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할 바를 다 한 것이니까요.
 
오늘날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3포 세대란 말이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 한 세대를 이른 말입니다. 물론 3포란 말을 여러분 보다 먼저 겪어 본 저는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단독세대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혼자서는 자립(自立)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필히 둘이 합쳐 가정을 이루고 두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의 열매인 자식들이 있어야 비로소 완전한 사람이 됩니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미래도 있고 살기 좋은 건강한 나라가 됩니다.

지금 혹시 3포를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빨리 그런 생각을 버리고 한 평생을 함께 먼 길을 걸어 갈 반쪽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흔히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합니다만 그런 말은 다 해본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결혼을 하고, 가끔씩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에게 취업 선물과 결혼의 기쁨을 함께 주는 명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공직자는 먼저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어두운 곳에는 밝은 빛을, 부패한 곳에는 소금이 되어 그 소금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자정(自淨)되어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바로 우리 공직자입니다. 물론 빛과 소금이 못 된 분들도 있지만 여러분들은 꼭 빛과 소금이 될 것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공직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생명이 다 하는 날 후회 보다는 보람찬 일이 휠 씬 더 많은 삶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결국 이 땅을 떠나는 그날에야 손익계산서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생활 틈틈이 봉사활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우리가 함께 해야 합니다. 저는 봉사의 한 방법으로 헌혈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깊이 생각해 보시고 이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좋은 일을 찾아 실천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공직자니까요. 
 
마지막으로, 삶에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부모님께 안부 편지를 쓸 때면 흔히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부모님께서 부쳐준 돈을 이미 다..." 이 때쯤 쓰는 편지에는 이렇게 시작했지요. 정말 그동안 공직자로 살다보니 아침과 저녁이란 단어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 대신에 낮과 밤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매일매일 아침과 저녁이 되면 지나온 나의 삶을 돌아봅니다. 무엇이 그렇게 허겁지겁 삶을 살게 했는지 정말 허탈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날이 되는 아침과 소중한 하루를 되돌아보는 저녁을 매일 챙겨 보려고 합니다. 그것만이 어느 날 '나는 한 평생 무엇을 하며 살았냐?'에 대한 대답을 확실히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붉은 노을이 늘 함께하는 삶이 있는 아침·저녁이 되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먼저 가족이 있어야 하며, 그리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훗날 손해가 적은 손익계산서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울주군의 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신규직원 여러분, 이 또한 대단한 인연입니다. 좋은 인연은 달콤한 향기가 납니다. 다들 어느 곳에 있어도 늘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는 품격 있는 란(蘭)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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