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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보존과 더불어 발전 되어야 한다. 보존만 되고 발전은 없는 문화 유산은 이미 죽은 문화 유산이다. 선조들이 후대들에게 남기고 간 귀중한 문화유산은 그래서 후세의 문화인들이 더욱 발전 시켜나가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올해 46회를 맞이해 펼쳐진 처용 문화제의 처용마당은 온통 처용 그 자체다. 축제라면 의례히 오랜 구습이던 유명 연예인들과 가수들을 초청하는 공연은 처용문화제에서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문화축제라는 취지에 걸맞는 품격을 갖춰 나가고 있단 증거다. 그 증거로 처용마당에서 펼쳐지는 공연들은 축제의 취지와 주제에 맞는 공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처용 판소리를 비롯해 처용 인형극, 처용체조, 처용무와 처용 마술을 비롯해 처용 비보이 댄스와 처용 시노래까지 온통 처용을 소재로한 공연들로 집약돼 있다. 지금도 정작 축제의 취지에 걸맞는 정체성은 희박한 축제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처용 문화제는 처용과 직접 관련된 콘텐츠 개발로인한 창작품들로 처용마당이 채워져 있단 것은 고무적이며 발전된 모습이다. 처용에 관한 학술제를 비롯해 주변 부스에 마련된 프로그램들도 처용투어와 처용 탈제작 체험과 국내외 11개국 29개팀이 참가한 처용 문화제의 쌍두마차인 월드 뮤직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처용문화제는 이제 그야말로 울산을 대표하는 맏형격의 문화축제로서 손색이 없었다. 더구나 이번축제에 새롭게 창작해 선보인 처용무를 변형해 개발한 처용체조는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즐기며 건강을 위해 공유 할 수있는 체험 마당이었다. 또한 울산 문화원 연합회의 창작 초연작인 판소리 처용왕자는 관객들에게 실제 공연장에서 부라보와 찬사어린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흥미와 감동을 흠뻑 안겨주었다.

 제작년 영국의 대영 박물관에서 발견된 쿠시 나메(쿠시 왕자의 이야기)라는 책에서 착안한 이 작품은 처용을 연구해온 학자들의 여러 기존 학설들중 한 단면을 퓨전 문화 예술 형태로 형상화 했다. 어떤 분야든 요즘은 퓨전이 대세다. 기존의 고착화된 표현 방식이나 장르를 해체하고 다양한 형식의 표현기법들과 접목시켜 표현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새롭다. 하지만 고전적인 예술 표현방식이 지닌 근간 조차 뒤엎는다면 곤란하다. 그러나 이번 판소리 처용왕자의 창작 초연은 기존의 고전 예술 표현 방식들을 서사극 형태의 판소리로 절묘하게 접목시켰다. 또한 사회비판적인 풍자와 해학을 더해 창작 실험극으로 손색이 없는 판을 펼치며 관객들에게 환영의 박수를 받아냈다. 처용탈을 보면 처용의 코가 유독 크게 묘사돼있단 것에 늘 의아해하며 신기해 했었다. 그래서 페르시아 왕자 쿠시의 모습이라는 서사시에 입각해 재창작한 판소리 처용왕자가 독특하고 신선하게 와닿았다. 극중엔 넬라 판타지의 오페라의 유령에 등장해 갈채를 받은 오솔레미오와 80년대초 유행가인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저씨 노래도 등장한다. 90년대초를 풍미했던 이문세의 옛사랑이라는 대중가요와 국민가곡 희망의 나라로까지 접목시켜 창작한 판소리 처용왕자를 보며 함께 열창하던 관객들은 처용마당을 뜨겁게 달구었다. 

 문화 예술은 당 시대를 잘 대변하고 있는 정제물이자 배설물이다. 그래서 그 시대의 문화 행태를 보면 사회상과 인간상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요즘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와 말춤이 전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물론 대중 문화를 전통 문화와 비교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역사적인 뿌리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문화는 웬지 허약해 보인다. 그래서 처용 문화제처럼 역사적인 고전 예술에 뚜렷한 근간을 바탕으로 현대 예술 행위로 발전, 진화 되어가는 모습과 다양한 표현 행위들은 건강하다.

 관객이 없는 축제는 앙꼬없는 붕어 빵이다. 10월은 도시의 오아시스인 축제로 가득 흘러 넘치는 계절이다. 처용 문화제 이후로도 울산을 대표하는 영남 알프스 억새 대축제와 울산 한글 문화예술제를 비롯해 울산 산업 문화 축제등으로 10월의 울산을 축제의 꽃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깊어가는 가을, 경제난으로 팍팍해진 시름을 지는 낙엽처럼 살포시 내려놓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 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으로 가족들과 손 잡고 나들이해 함께 즐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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