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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는 어머니의 말씀에서 고통을 달관한 사람의 진솔한 목소리가 들린다. 의자로 보이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허리 아픈 어머니가 앉을 수 있고 꽃들과 열매가 앉기도 하는 세상이다. 아버지에게는 집 안의 장남인 화자가 의자였으며, 참외밭의 지푸라기와 호밭 밭의 똬리도 의자가 된다. 이것은 사물과 세계에 대한 시인의 새로운 인식이다. 화자가 어머니의 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삶은, 우리가 살아야 할 평화로운 소통의 세계이다. 소통이란, 내가 먼저 마음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여 세계를 위해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  성환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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