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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산책이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 아래, 적당히 촉촉한 낙엽을 밟으며
낭만을 알게되는 계절, 가을.
가을밤 달빛 따라 걷는 산책도 이 계절의 묘미다.
달빛따라, 별빛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산책로 가로등 마저 달빛으로 보인다.
10월의 끝자락, 깊은 가을밤하늘에 휘영청 뜬 달은 호수로, 바다로 풍덩 빠졌다.
 

   
시민들이 선암호수공원 억새길을 따라 걸으며 가을밤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선암호수공원 달빛걷기

앞만 보고 걷기 좋은 시간 저녁 9시. 이제는 아침산책보다 밤산책이 우리에게 더 친근해졌다. 아무래도 사방이 고요해지는 저녁시간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엔 적당해서가 아닐까 싶다.
 일과를 마치고 평일 밤 찾은 남구 선암호수공원 역시 밤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많았다.
 간단한 운동복 차림으로 걷는 20대 청년, 하얀 마스크를 끼고 야무지게 팔을 흔드는 아주머니, 팔짱 끼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까지.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달밤의 체조' 중이다.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두고 이런 말을 하지만, 이 계절에 하는 달밤의 체조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10월 끝자락에는 달밤 체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울산 남구청이 주최하는 남구달빛걷기대회다.
 선암호수공원 축구장앞을 출발해 선암댐, 보현사입구, 소뜸비알길, 유화원삼거리를 돌아 선암호수로 도착하는 왕복 5.5km구간에서 진행된다.
 이 날은 이 코스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널찍한 축구장 앞에서 첫 걸음을 떼었다.
 조금은 늦은 시간이라 많은 사람이 걷고 있지는 않았다. 무섭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음악을 틀고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요한 분위기를 깨기는 싫어 조용한 음악으로 선택했다. 이제, 낭만 넘치는 달빛걷기의 시작이다.
 

   
남구 달빛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달빛 아래 소나무숲길을 걷고 있다.

 선암호수공원의 호수, 소나무, 달빛은 지금껏 산책 중 가장 잘 어울리는 조화였다. 어두컴컴해 아무것도 보일 것 같지 않지만 호수에 거울같이 비춘 가로등 불빛이 절경이다. 주황색 가로등불빛과 노란 달빛이 섞여 호수에 찰랑이는 물결이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형체가 보일듯 말듯 희미한 추상화처럼. 올곧게, 또는 한 곳을 바라보며 자란 소나무가 드리운 산책로는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다른점이 있다면 새하얀 한지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별 총총 수놓은 깨끗한 밤하늘은 한지와 다름 없었다. 소나무 자체가 원래 어두운 편이지만, 이날 달빛을 받은 소나무에서 수묵화 특유의 명암을 발견했다.
 

 한 폭의 작품 감상에 더욱 정취를 가미해 준 것은 나무의 숨소리였다. 이제서야 한 숨 돌리는가보다. 숨을 깊게 내쉬었더니 숲 향기가 몸 속에 들어왔다 다시 빠져나간다. 몸 속 노폐물을 모두 씻어내린 듯 상쾌했다. 다시 한 번 숨을 내쉬려고, 하늘을 바라보니, 소나무 사이로 희미한 달이 비추고 있었다. 아름답다. 이 모든 걸 카메라에 담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데, 눈으로 본 모습이 그대로 사진에 담기지 않았다. 이 행복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대신, 내 사람들과 다시 한 번 찾아오는 게 좋을 것 같다.
 

 호수공원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절경은  공단 야경이다. 공해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는 공단이지만, 밤이되면 하나의 보석함으로 바뀐다. 그리고 오밀조밀 모여있는 주택가의 불빛까지. 남구 일대를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곳이다.
 남구달빛걷기대회는 오는 29일 오후 6시 30분 남구 선암호수공원에서 열린다. 14세 이상 중 고등학생과 일반인이면 누구나 참가가능하며, 대회 당일 오후 4시부터 6시30분까지 선착순으로 현장접수한다.


#대왕암 달빛문화제
11월의 첫 주말, 울산 동구주민들은 대왕암공원에서 달빛과 조우할 기회가 생긴다. 가을날 달빛 아래 대왕암공원을 둘러보는 이색 행사가 열리는 것. 바로, 대왕암 달빛문화제다.
 지난해 10월 동구에서 처음 마련한 이 행사는 이번이 네번째. 올해에만 세 번이나 열렸다. 문화행사가 흔하지 않았던 동구지역이었기에 더욱 눈여겨볼만하다. 철썩철썩 파도소리와 함께 감상하는 달빛이 꽤나 사람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대왕암 달빛문화제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소원등을 만들고 있다.

 행사 걷기코스는 동구 일대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적정한 구간으로 짜여졌다. 북측산책로를 중심으로 대왕암공원 일대를 돌아오는 코스로, 이 길을 걷다보면 일산해수욕장과 동구 시가지, 일산진 마을 앞바다를 모두 볼 수 있다. 일산진 마을 앞바다에 정박된 어선의 불빛이 달빛과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야경을 자아낸다.
 대왕암 달빛문화제의 특징은 걷기대회와 함께 이뤄지는 다양한 문화행사, 체험행사라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전통무용을 선보이며 울산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 지역사회의 화합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울산지역에 거주하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으로 구성된 필리핀 전통무용단 PWIC는 한국생활 12년째인 차리토씨(동구 방어동·43)외 필리핀 이주여성 5명이 재능기부에 나서 주민들에게 전통무용을 선보일 예정이다.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서킷콘서트도 진행된다. 대왕암공원 해맞이 광장과 고동섬전망대 등 2곳에서 이뤄지는 이번 콘서트는 걷기대회 도중 한 번, 대회가 끝난 뒤 한 번 더 이뤄진다.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어 다소 으스스한 느낌의 대왕암공원의 분위기를 전환시켜줄 공연이다.
 이날 공연에는 김일황 프로젝트 밴드와 국악연주단 민들레&테너 김정권이 무대에 올라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줄 예정이다. 고동섬전망대에서는 퍼포먼스 시낭송, 오카리나 연주, 가야금과 트로트의 만남 등 퓨전음악을 선보인다.
 

   
동구 대왕암 달빛문화제의 타악공연.

 이와함께 열리는 체험행사 달빛 청사초롱만들기, 달빛풍경만들기 역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행복을 바라는 마음과 성공을 이루고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는 초롱만들기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 처럼 한 순간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행, 공부에 전념하라는 상징으로 유래된 풍경을 야광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
 '백년의 빛과 천년 소리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대왕암달빛문화제는 오는 11월 3일 오후 5시 대왕암공원 일원에서 진행된다. 참가신청은 방문과 전화로 접수 가능하다. 문의 동구청 문화체육과 052-209-3471. 글=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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