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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에서는 2주일에 한 번씩 분리수거 차량이 와서 재활용품들을 수거해 간다. 가끔씩은 물건을 버리러 갔다가 되려 남이 버린 물건을 주워 올 때가 있다. 아직은 쓸만한 용기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가지고 와 바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사용할 것을 대비하여 재워두기도 하다 보니 안 그래도 비좁은 집안이 구질구질한(?) 물건들로 깔끔한 살림살이는 아니어서 스스로 불만스러울 때도 있다. 이 버릇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자없이 돌아다니는 우산이나 옷, 신발들을 모아 고치고 씻어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주기도 하고, 각종 기자재는 말할 것도 없고 종이 한 장, 일회용 손장갑 한 켤레조차 제대로 버리지를 못하니 사무실 구석구석에 재활용 할 수 있는 물건들을 숨바꼭질 하는 것처럼 숨겨두었다. 쾌적한 삶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성은 아마도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보아온 눈 익은 광경에 저절로 생겨난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비닐우산도 귀하던 내 초등학교 시절엔 살 부러진 우산을 수리하고, 구멍난 냄비는 리벳으로 땜질하고, 부서져 조각난 장독은 철사로 다시 얽어서 장을 담아 오래 오래 사용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뿐이랴, 박으로 된 바가지가 부서지거나 흰고무신이 찢어지면 옷을 꿰매는 실로 단단히 꿰매어 재사용하였다. 그 때엔 물자가 참으로 귀하던 시절이라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일도 적었을 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가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떠한가? 엄청나게 마셔대는 자판용 커피의 컵, 패스트푸드점에서 쏟아져 나오는 콜라컵과 일회용기들, 전화만 걸면 언제든 가져다주는 배달 음식이 담긴 그릇, 한번 마시고 버리는 음료수 용기 등 편리하고 위생적이라는 사고 하에 일회용기의 사용은 너무 당연시되고 있다.

 그런 잡동사니들이 모여 바다 한가운데에 커다란 섬이 생겼단다. 해류를 타고 모여든 세계 각국의 쓰레기들로 이루어진 섬이다. 1997년 발견 당시 남한면적의 7배인 70만㎢였는데 십여년이 지난 2009년에는 140㎢로 커졌으니 해양으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은 과히 폭발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거대한 쓰레기섬이 태평양과 대서양 한 켠에 무려 5개를 이루고 있다. 지도상에 나타나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섬을 두고 자기네 영토라고 치열하게 주장하면서 왜 이 거대한 쓰레기섬을 주인이라고 말하는 국가는 없단 말인가? 그 쓰레기 속엔 Made in USA가 찍힌 일회용기도 있고, Made in Japan이 적힌 전자제품도 있고, Made in China와 Made in Korea의 각종 물건들이 뒤엉켜 있는데 왜 자국의 섬이라고 주장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게 살 곳이라고 내려 앉은 새들은 쓰레기를 쪼아먹고, 그곳에서 죽은 새의 내장 속엔 온통 생활쓰레기 먹이로 가득차 있으니 참으로 인간들이 짓는 죄가 크다.

 순간의 편리함을 위해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들이 어디 쉽게 썩기나 하는가? 수백년이 가도 썩지 않을 비닐과 플라스틱류는 해마다 늘어가면서 산과 바다를 뒤덮어 생물들이 살 터전을 빼앗고 있다. 생물들이 살지 못하면 결국은 그 해가 다시 우리 인간에게로 돌아옴은 뻔한 일인데도 나는 편리함을 누리고 살다가면 되고 그건 다음 세대에서 처리할 몫이라고 넘긴다면 너무 뻔뻔하지 않는가? 유네스코에서는 인권과 평등을 내세우며 세계인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와 세대간 인권을 중요시 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기득권을 가진 선진대국들은 자기네들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들을 후진국으로 수출(?)하거나 공해상에 방치하고는 자국민들만의 쾌적한 삶을 누리고자 하니 그런 지각있는 외침들이 누구에게 얼만큼 먹혀들까?

 지구상의 인구는 자꾸만 늘어만가고 만들어지는 쓰레기의 양은 기하급수적이라 지구의 자정능력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우리나라도 종량제봉투를 도입하고 분리수거를 한다고는 하나 애초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는게 더 급선무이다. 국가 더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쓰레기섬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아껴쓰고, 다시쓰고, 일회용품을 줄여쓰는 습관을 몸에 붙여야 하겠다.
 100개의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1개의 행함이 더 중요하다.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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