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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의 국회의원들 몇 명이 한나라당으로 당을 옮기려 접촉하고 있다는 소리에 덧붙여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이 한나라당은 결코 철재도래지가 아니라고 일갈하고, 정도정치 걷기를 권유하는 기사가 눈에 띄는 것을 보니 과연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기는 한 것 같다.
 '님 을 위한 행진곡'으로 청와대입성을 자축하며 백년까지 가는 정당으로 만들자던 386의 다짐도 무색하게 4년 여 만에 비록 일부 의원들이긴 하지만 남의 당을 기웃거리는 모양새가 어쩐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두고 굳이 이해를 하자고 한다면 아마도 각 언론에서 발표하고 있는 여론조사결과를 가지고 말해야 되는데, 그런 입장이라면 딴은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도 들긴 든다. 당과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결과가 10%대 지지도를 가지고는 천상개비 재주를 부려도 희망이 없겠다는 판단을 하고 일찍이 살길을 찾아야하겠기에 비록 철새라는 소릴 듣더라도 한번 모험을 해보자는 게 그들의 생각일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그렇지 제 살기위해 호가호위를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머물렀던 당을 헌 짚신짝 버리듯이 버려서야 되겠는가 하는 부류도 있지만 극소수이다. 그래서 때로는 정치가 비정하다는 것을 이참에 깊이 생각하게 한다.자신이 속한 당의 이적문제로 철새니 잡새니 텃새니 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가장 활발히 전개되었던 것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기위해서는 회유, 종용, 더러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 까지 포함해서 국회의석을 억지로 과반의석을 만들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안정적 국정운영이란 결국 정권을 계속 이어가기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래서 총선이후에는 무소속 당선자가 특정정당으로 입당을 하고, 어떤 때는 유력정당에서조차 야당이 싫어서 스스로 여당 행으로 가는 행태가 비일비재했다.    
 철새정치인은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허다했던 것도 우리만의 정치토양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정당 자체가 철새정치인을 생산해내는 환경과 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진다. 정권 또는 권력, 혹은 당수의 행보에 따라서 기존정당을 파괴하고 이름만 새로 지어 헤쳐모여식의 정개개편을 통한 신장개업을 하다 보니 정치인 개개인 역시도 그 흐름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정당의 구조 때문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 한다 해도 정치의 정도와 국민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진정한 탄생이며 정당의 생성으로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 예컨대 혼자서 소속한 정당을 버리고 다른 정당에 가면 십중팔구 철새라는 딱지가 붙지만 무슨 목적이든 간에 그 목적을 위해 한두 사람이 아니라 무더기로, 즉 당 대 당으로 통합해버리는 경우는 당사자는 물론 이를 보는 국민들마저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도덕적인 바탕위에서의 국민적 합의가 선행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헤쳐모여 식으로 탄생했던 정당들이 그야말로 권력이 쇠퇴해짐과 동시에 스스로 만들었던 정당을 스스로 버리고 또 다른 정당을 생성해내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도 오로지 자신들만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데 따른 업보다.
 부석사 무량수전이 국보 18호로 지정된 것은 배흘림기둥이라는 특별한 기법과 아름다운 목조건물의 완벽성 때문이라 하였다. 오늘날 고색창연한 절을 우리가 보고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없이 값진 문화유산을 계속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까닭은 중 바뀐다고 절 부수지 않았던 결과이다. 고려 13세기에서부터 오늘날 까지 과연 몇 명의 주지가 바뀐 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현재를 포함해서 앞으로도 계속 중만 바뀌어 갈 것으로 본다. 이제 대선을 1년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5년도 안된 절을 부수자는 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과연 온당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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