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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 문화공원 주변이 온통 가을 낙엽으로 가득합니다. 한바탕 축제가 끝난 공원은 이제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울산 예술계도 예술인의 밤 행사를 마치고 나면 서서히 또 다른 한해의 설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을 추수가 끝난 빈 들녘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공허도 잠시 대지는 또 싹을 띄울 준비를 할 것입니다. 우주 만물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하고 번영하게 됩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기도 아니고 물도 아니지만 일류가 시작되면서 이어져온 예술을 향한 인간의 미적 추구와 가치 전달은 앞으로도 계속될 영원한 업보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빵만으로 살 수 없었기에 예술을 창조했고, 거기에 매진하면서 보다 나은 자아와 탐구욕을 발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술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영화를 보듯 편안한 기분으로 즐기기엔 약간의 경험과 지식을 요구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이 어렵다고 하고 혹자는 저들만의 잔치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울산예술제'의 주제를 '시민과 함께하는 아트페스티벌'이라 정하고 국악·무용·성악과 시민들과 친숙한 장르의 러시아 예술단을 초청해 한 장소에서 여러 장르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구성으로 시민들께 선보였습니다. 울산예술제 운영위에서는 기획에서부터 관객동원을 위한 홍보에 이르기까지 많은 격론과 다양한 시도들을 계획하고 시도했습니다. 예술중심의 기획보다는 시민중심의 무대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예상외로 좋았습니다. 전날까지 객석이 차지 않을 것에 대해 갑론을박했던 우려를 말끔히 씻어 주었습니다. 공연시작 20분 전에 복도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서막식 행사가 다소 길어서 짜증을 내는 관객도 있었지만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가득 매운 대다수 시민들의 박수소리에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날 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기간 내내 시민과 눈높이를 같이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울산 예술인의 자부심보다는 울산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예술제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독자들이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세계최강의 IT강국입니다. 쉬는 시간, 같은 반 급우들과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새로운 쌍방향 의사전달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울산예총은 이런 젊은 관객층을 미래의 관객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에 맞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겠습니다.
 여기에다 더해져 주변은 온통 볼거리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순수예술을 고집하면서 관객 없는 객석을 바라보며 제멋에 겨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예술은 오락이 아니라 재미가 좀 없을 수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어렵다고 해서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다 쉽게 관객과 호응하면서 쌍방통행을 할 때 예술에 진정한 가치가 부여되는 것입니다. 볼거리가 귀하던 옛날 명절에 어쩌다 한 번 오는 서커스를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걸어 읍내에 나가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지날 달 27일, 폭우가 쏟아지는 가을밤임에도 불구하고 울산예총이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만든 창작 뮤지컬 '울산아리랑'이 대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시민들이 뮤지컬 공연을 즐길 줄 아는 시민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날 관객들의 우산을 받쳐 들며 저의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렸던 것이 아마도 빗물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공연을 보기 위해 비를 맞으며 우산을 쓰고 오는 관객을 눈물겹게 바라볼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할 것입니다.

 예술분야는 기업처럼 투자에 비해 소득과 이익이 생기지 않는 비용질병이 심한 점이 공공의 지원을 받지 않고는 지속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울산시의 예산증액과 문화예술회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아낌없는 인력지원으로 예년보다 풍성하고 내용 있는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었음을, 지면을 빌려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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