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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작가
#작가소개
감옥에서의 20년 20일, 실사구시적 진보학자. 우리 시대 대표적인 사회철학자이자 경제학자, 한학자, 서예가 그리고 문인.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인문학자로서의 깊이와 따뜻함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켜온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를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다.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신영복 교수는 숙명여대 정경대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했다.


1988년 8월 15일 특별 가석방됐으며, 그후 성공회신학대학에서 경제학 및 한국사상사를 강의했다. 2006년말에 정년 퇴임했고, 퇴임당시 소주 포장에 들어가는 붓글씨를 그려주고 받은 1억원을 모두 성공회대학교에 기부했다. 현재는 성공회대에서 '신영복과 함께 읽기'라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나눔과 소통을 하고 있다. 지은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엽서>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 2>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사람아> <노신전> <중국역대시가선집> 등이 있다.
 
#에피소드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故박완서 작가와 함께 청소년권장도서선정위원회 회의에 초대됐으면서도 정작 두 사람 모두 권장 도서 한 권도 추천하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권장 도서'란 기준 자체에 회의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책을 읽는 것은 상상력의 개발"이라며 동시에 "텍스트가 고정되지 않고 독자에 의해 부단히 재구성돼 필자는 언젠가 죽지만 독자는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영원성에 경외심을 표했다. "차이와 다양성을 승인하는 것을 넘어 차이와 다양성에서 자신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하는 것, 그게 진정한 공부"라며 이 자기 변화는 궁극적으로 인간관계로서 결실을 맺어야 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튼튼하게 서로 연대될 때 변화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누구나 궁금하지만 그에게는 민감할 질문인 감옥에서의 20년20일간의 상처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 당시 생활에 대해 그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는 즉답을 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도 하루 동안 수많은 생각을 하는데, 감옥에선 얼마나 사색에 젖겠습니까. 초기엔 누구나 자신을 비극의 정점에 올려놓곤 하죠.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문제에 매몰되기보단 같이 있는 사람들의 문제가 더 절절히 다가왔습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 중 수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처넣어졌던 그때, 자신도 그 중 한 사람일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맺었다.


   
▲ 변방을 찾아서
#최근 인기작
신영복 교수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변방을 찾아서'를 묶은 책이다. 신 교수는 자신이 쓴 글씨가 있는 곳을 찾아가 그 글씨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해남 땅끝마을 서정분교에서 경남의 봉하묘역까지 모두 8곳을 답사했다. 답사 지역은 서정분교부터 강릉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충북 제천의 박달재, 충북 괴산의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오대산 상원사,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와 김개남 장군 추모비, 작품 '서울'이 걸려 있는 서울시장실, 봉하마을. 이처럼 신 교수가 쓴 글씨가 있는 이 곳들은 지역적으로 중심부에서 떨어진 '변방'에 있다. 성격 또한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신 교수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꿈을 담는 도서관'이란 작은 현판이 걸린 해남 땅끝마을의 서정분교다. 그에 따르면 "'서울공화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땅끝이자, 정치·경제적으로 낙후해 가는 농촌이며, 폐교 직전의 시골 초등학교 그것도 분교"다.


 변방은 늘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주변부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 약자와 마이너리티에 온정주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이런 감상적 관점을 반성하려는 의도라고 신 교수는 말한다. 그는 "변방의 의미를 단지 주변부의 의미로 읽는다는 것은 지극히 천박한 관점일 수도 있다"며 변방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서정분교가 그런 곳이다. 마을사람들이 울력으로 세운 이 학교는 대안학교의 모범이 됐다. 아이들은 산으로, 숲으로 소풍을 다닌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냇가에서 고기를 잡는다.


 그는 인류사 역시 언제나 변방이 역사의 새로운 중심이 돼 왔다고 말한다. 그는 "오리엔트의 변방이었던 그리스·로마, 그리스·로마의 변방이었던 합스부르크와 비잔틴,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은 그 중심지가 부단히 변방으로, 변방으로 이동해 온 역사"라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원동력과 잠재력은 모두 변방에 있다고 설명하며 변방의 중요성을 거듭 설명한다.
 김주영기자 uskjy@
 
※'울산시민이 사랑한 작가'는 반디앤루니스가 울산 시민들이 구입한 서적의 판매량 등을 토대로 산출한 순위를 참고해 시민들에게 인기있는 작가 위주로 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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