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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사람들이
아무거나 보고
'얘'라고 한다.

강아지를 가리키며
"얘가 몇 살이지요?"

물건을 가리키며
"얘는 얼마지요?"

선생님도
20×30을 가리키며
"얘하고 얘하고 곱하면 얼마지요?

■ 권오삼 선생님의 동시집 <진짜랑 깨>에 실려 있는 동시입니다. 우리가 아무런 의식 없이 행하는 말 한마디를 콕, 콕 찍어 놓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동시는 이렇게 아주 작거나 사소한 것의 발견으로부터 출발해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언젠가 백화점에서 목격한 장면입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정수기 앞에 서서 종이컵에 물을 따라 먹여주고 있었습니다. 마치 예쁜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의 모습 같았습니다. "얘는 이름이 뭔가요?"라고 묻게 되더군요. 언어가 문화를 반영하고 그 시대의 문화 속으로 흡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듯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언제든지 양면성이 존재하며, 그것은 서로 대립하면서 하나의 지점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성환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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