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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소설계의 재담꾼'이라고 알려져 있는 성석제 작가는 1986년 시(詩) '유리닦는 사람' 으로 등단했다. 소설가로는 1995년『문학동네』에 단편소설'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등단하게 됐다. 그는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음식, 여행, 과학 이야기 등 종횡무진, 박학다식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해학과 풍자, 혹은 과장과 익살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국면을 그려내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60년 경북 상주 출생인 그는  연세대 법대를 나왔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이효석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최근작 <위풍당당>을 비롯해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재미나는 인생>,  <조동관 약전>, <호랑이를 봤다>, <홀림>을 비롯해 <칼과 황홀>, <인간적이다>, <소풍>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등 다수의 장·단편을 냈다.

#에피소드
지난 9월 말 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 집'이 연 철학카페에서 성석제 작가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줄 알았던 황동규 시인과의 일화로 처세의 기본을 얘기했다. 바로 "나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한다"는 것. 그 자리에서 그는 "어느 날 스승님이 흙탕에서 넘어졌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인간이 재미있다"고도 했다. 우직한 표정의 그는 옛 시골 이야기꾼처럼 이렇게 재미있고 또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국내 손꼽히는 다작 소설가이기도 하다. 게다가 발상도 기상천외하다. 올봄 출간한 <위풍당당>은 시골 어느 마을로 흘러든 사람들이 혈연 아닌 '사회적' 가족이 되어 조폭들을 혼내주고 있다.


 이렇게 재미있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다양한 글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지난 10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변에 호기심 많은 친구가 여럿 있어서 만나면 경쟁적으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글을 쓸 때 무의식중에 그 이야기들이 떠올라 씨앗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 밝히기도 했다. 또 "한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머릿속에) 들어온다, 우연히 들어온다. 주변에서 하는 남의 대화도 귀에 들어오고 날씨가 도와주고 태풍이 와서 도와주기도 한다. 내가 쓰려는 것과 연관이 되어 문장이 된다. 쓰려는 의지와 생각이 자성을 띄는 것 같다. 주변의 사물이나 사건 등을 끌어당긴다. 마치 감전된 것 같다. 정말 안 될 때는 꿈에 계시(?)가 나오기도 한다"며 비법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두루 얇게 섭렵하기보다 깊게 파고들어야 제대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고 한다. 또 많은 이들이 글 쓰는 일을 고통으로 표현하는데 그는 "글 쓰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당한 자아도취가 있고 내가 써놓고도 이렇게 잘 쓸 수가, 하고 감탄하는 거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또 "소설을 계속 쓰다보면 자칫 동어반복이 될 수 있다"며 "아직까지 독자의 노골적 항의는 없었지만 장차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늙으면 그럴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할 생각"이라고 했다. 성석제 특유의 낙천적 대처다.


   
▲ 위풍당당
#최근 인기작
이제까지 출간된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올초 출간된 소설 <위풍당당> 역시 상처입은 주인공들이 모여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맹랑한 소동극의 형식을 통해 재담과 익살을 펼치는 이 소설은 주어진 운명으로서의 가족이 아닌, 자신이 선택해서 하나의 가족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 한적한 시골의 강마을. 사람들은 그 마을을 접수하러 온 전국구 조폭들과 일전을 벌이게 된다. 시골마을을 얕잡아보고 쳐들어간 도시의 조폭들은 예상치 못한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반대로 마을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위기를 돌파하는 동안 이해와 애정이 깊어진다. 이러한 양쪽의 대치상황 속에서 자연을 파괴하는 기계군단이 강마을을 침해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연'에게서 얻은, 자연이 인간에게 되돌려준 '자연물'을 공격 무기로 준비하는데….


 이처럼 가족이라는 힘은 강마을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함께 싸워야만 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준다. 피를 나누지 않은 사이에도 호칭 하나로 연대감이 생기는 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또한 조폭과 기계군단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파괴 앞에 무심코 방관만 하고 있던 우리 사회가 처한 도덕적 파국을 상기시킨다. 작가가 풀어놓는 위풍하고도 당당한 이야기 곳곳에 자리한 웃음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찡한 눈물들을 만날 수 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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