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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뿔 앓던 바다는 제방을 넘지 못한다
밀물이 그리운 화판 빗장을 굳게 내걸고
호황기 근육질 사내 그 가래질 생각한다

한 겹 한 겹 한지 뜨듯 하늘을 걷어내는
가래질 서걱서걱 물의 영혼 달래가며
몇 트럭 소금자루가 야적장에 쌓이고

개펄의 강철바람 절겅절겅 잘려나간
잘 닦인 유리판에 다시 끼운 원판 필름
눈썹달 메이크업하듯 구도 잡고 앉는다

함석문 틈새 바람 뼛속 깊이 들어앉아
삐걱이던 골다공증 신음하던 아버지는
쇠락한 자궁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꽃이 핀다. 물에서 꽃이 핀다. 소리 없는 살인자, 그 무서운 폭염이 하얀 물꽃을 피운다. 죽어야만 다시 태어나는 바다의 꽃인 천일염. 어쩌면 소금보다 더 짠 땀방울이 간을 맞춘 결정체. 극한 가래질의 작업일망정 노쇠한 한 사내는 시절 좋은 호황기를 추억하고 있는 것이리라.  박영식 울산시조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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