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가 최저점으로 치닫고 있다. 재래시장은 물론 일반 점포마저 한 집 건너 한 집씩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투기세력 그들만의 잔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기업들이 전망하는 내년도 경기 역시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모두가 속빈 강정이다. 울산을 비롯한 온 나라가 저성장 지속과 장기불황에 따른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려 있다. 그런데도 유독 불황을 모르는 곳이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고시생 등 특수 목적을 가진 몇몇 사람들만이 이용하던 고시원이 지금은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초만원이다. 고시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수요를 감당하기 벅차다. 또 매물이 나왔다 하더라도 금방 팔리고 만다. 최근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 딸아이가 밤늦게까지 독서실에 있다기에 데리러 갔다가 또래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옛날 같으면 어린 여학생들로서는 이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곳이 독서실이다. 그것도 밤늦은 시간까지 있겠다면 부모들 걱정 때문에도 불가능했다. 그런데 요즘 독서실 이용은 남학생, 여학생 구분이 없다. 그것도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가면서부터 6년에 걸친 길고도 지루한 대입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측은하고 안쓰럽다.
 한창 뛰어놀면서 마음껏 수면을 취해야 할 나이에 밤늦게까지 책과 시름을 하는 아이들이다. 이 때문인지 독서실도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영업 전략을 짜내고 있다. 남학생방과 여학생방을 확연히 구분하는 것은 기본이고, 밤늦은 시간에는 학생들 집까지 데려다 주는 부가 서비스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생들을 학교로 데리러 가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보충수업을 하던 학교 정문마다 장사진을 치던 학부형 승용차를 이들 독서실 업주들이 대신하고 있다. 고시원과 고시텔은 이미 수익성 부동산 상품으로 인기가 높은지 오래다. 고시생은 물론 학생ㆍ 직장인까지 가세하면서 연수익률이 7∼8%, 높게는 15%에 이를 정도이다. 울산대학가의 고시원에 대해 문의는 잇따르고 있지만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독서실도 수익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때 인기가 높았던 골목 PC방들도 독서실이나 고시원으로 잇따라 전업을 하고 있다. 특별한 장비나 관리 노하우가 없이 운영할 수 있는데다 수입도 짭짤하니 일석이조다. 앞으로도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고시원과 독서실의 호항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가장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고 권고할 일이지만, 사회진출의 첫 발길이 너무 고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