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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는 빛을 바라보고 살아간다. 그것이 강제적이거나 자연스럽거나 어찌됐든,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에는 여기저기서 빛이 쏟아져 나온다. 도심 한가운데의 대형 트리에서, 교회의 조명에서, 그리고 화려한 루미라니에 조명에서. 그리고 우리는 그 빛에 감탄하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누군가는 오래오래 그 빛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으로 남겨두기도 한다.

   
▲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는 지금 '러브러브 빛 축제'가 한창이다.

연중무휴 울산서 1시간 반 거리
프로포즈로드 등 연인들의 낙원
크리스마스 데이트 코스로 인기

 # 옷차림은 따뜻하게 발걸음은 가볍게
경북 청도의 프로방스 빛 축제는 한 해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곳이었다. 청도하면 떠오르는 곳은 와인터널과 개그맨 전유성 씨가 운영하는 철가방극장이 다 였다. 주말에 다녀올 좋은 나들이 장소 없을까하고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은 곳이 이 곳. 겨울이라서 빛을 떠올렸고, 울산과 가까운 곳의 빛 축제를 찾다 연착한 곳이 청도였다. 자동차로 넉넉히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어 망설여지지도 않았다. 다만, 발걸음을 주춤하게 한 건 강추위. 가는 날이 장날이라 지난 주말부터 한파가 엄습해왔다. 울산지역보다 기온이 1~2도 정도 낮은 지역이었지만,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수준이었다. 프로방스 빛 축제 안내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날이 추우니 겉 옷 단디(꼼꼼히)입고 오라는 운영자의 당부가 너무나도 와 닿는 순간이었다. 겨울철 이 곳에 마실을 가려면 두터운 겉옷은 물론이고, 목도리와 장갑도 꽁꽁 싸메고 가야할 것 같다.

# 눈돌리는 곳 마다 포토존
늦은 오후. 3시쯤 울산에서 출발해 1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프로방스 빛축제에 도착한 시간은 약 5시. 아직은 해가 덜 져서 인지, 조명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 여러 조명을 설치 해 놓은 것 처럼 조성돼 있어 멀리서만 봐도 저 곳이 축제 장소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록 낮이라도, 나들이객은 여럿 볼 수 있었다. 낮이면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여심을 흔들고, 밤이 되면 아름다운 빛 조명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게끔 자극하는 곳이기에 사람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거다. 고흐와 샤갈, 마티스 등 예술가들이 사랑한 그 곳, 프랑스 프로방스 마을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는 설명이 낯간지럽지 않을 만큼.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는 방문객들에게 낮과 밤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낮에는 이국적 분위기의 프로방스 마을을 방문할 수 있다. 이색적인 모양의 마티스 열차가 놓인 운치 있는 철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100여 가지 주제의 포토존, 프로방스풍 건물 등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밤이 되면 수천만 개의 LED 조명으로 구성된 설치물이 화려한 빛의 축제를 연출한다. 특히 연인들은 러브로드, 큐피트로드, 70여m에 달하는 은하수 조명 터널인 프로포즈 로드, 빛의 마을, 빛의 숲 등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

 현재는 수목등, 잔디등, 서치라이트, 레이저쇼, 일루미네이션쇼 등 다양한 조명 설치물로 구성된 '러브러브 빛축제'가 진행 중이다.
 여름철이면 잠 못 이루는 열대야에 자연 속에서 시원함을 만끽하며 눈도 즐거운 피서를 즐길 수 있다.

# 여름·겨울밤에 유난히 아름다운 빛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빛 축제는 여름이나 겨울밤에 볼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한 여름밤의 꿈을 연상케하는 여름 불꽃축제가 인기를 끌고, 겨울철 루미라니에 거리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주목을 받듯이. 특히나 겨울밤은 유난히 어두컴컴해서 빛의 아름다움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지금 이 곳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나게 꾸며놨다. 주말 찾았을 때는 일부 조명은 공사중이었는데, 오는 21일이면 그랜드오픈을 한단다. 그 때가 되면 완연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날은 손이 너무나도 시려서 사진을 찍으려면 엄청난 용기를 끌어냈어야 했다. 그럼에도 가족과 연인,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은 추위도 잊고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카메라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추억을 담고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는 추위도 이겨낼 수 있나보다.

 가장 인기를 끈 장소는 입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는 하트 조명이었다. 연인은 연인들끼리 서로 카메라를 교환하며 사진을 찍어주고, 가족들은 대게 아빠가 촬영하고, 엄마와 자녀들이 사진의 주인공이 됐다.

 포토랜드의 한 가운데 있는 철길과 마지막 출구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프로포즈 로드도 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빈티지함을 느끼게 하는 빨간 전화박스를 비롯해 희망을 상징하는 별 장식, 빛으로 단장한 나무 사이로 걷는 철길은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에게 제격이다.

 각종 하트 조명으로 이뤄진 프로포즈 로드는 입구와 출구에 있는 눈사람 조형물이 관심을 사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귀여운 눈사람을 동무로 둔 관광객들은 여러가지 각도로 사진을 촬영 해댔다.

# 먹거리·어린이 시설도 편리

   
▲ 마티스열차, 트리 등 각종 조형물은 포토존으로 인기다.

이 곳, 청도 프로방스 빛 축제는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매일 열린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운영한다.

 또 프로방스 레스토랑 등 식당과 허브&리빙 소품점 등 상품 판매시설 및 펀펀기차, 펀하우스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관람 도중 불편함을 겪을 일도 없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지만,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토요일에는 30분 더 연장해 11시까지 운영한다.

 주차시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구경할 수 있다. 원활한 관람을 위해 폐장 30분전까지는 입장을 해야한다. 토요일은 10시 30분까지, 나머지는 10시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청도 프로방스 빛 축제를 찾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빛에 흠뻑 빠져 사진을 찍어대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떤이들에게는 사랑이되고, 어떤이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또, 어떤이에게는 잊지못할 어느 멋진 날이 됐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빛을 쫓아 사진을 찍어대는 건 이야기로 나아가는 문을 찾기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사진을 통해 그 날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고, 행복을 곱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한 겨울밤, 빛 사진을 찍으며 거듭나는 삶을 쫓아가고 있다. 그래서 빛은 희망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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