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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이름을 부여받은지 600년이 됐다. '굴뚝 도시' '산업도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울산이 600년의 지명사를 가졌다니 놀라는 이들도 있겠지만 '울산 600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울주는 이미 1,000년의 지명사를 가진 곳이고 이를 포함하는 울산은 한반도 고대사의 출발점이다.
일반적으로 울산을 두고 굴뚝 산업의 본거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울산에 오면 굴뚝의 역사가 즐비하리라는 상상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울산이 한반도 인류의 시원이 깃든 땅이라는 이야기는 낯설다.
한반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울산은 예로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터전이 되어 우리의 선인들이 아득한 원시시대부터 육로나 해로를 따라 들어와 정착사회를 이루어 살았던 곳이다. 거짓말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울산박물관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서생면 신암리 유적이나, 장현동 황방산의 신석기 유적이 있고 석검이 출토된 화봉동과 지석묘가 있는 언양면 서부리의 청동기 유적이 있다. 어디 그 뿐인가. 한반도 선사문화 일번지인 대곡천 일대의 암각화는 울산이 고대 한반도 정착민의 영험한 영역이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울산은 천혜의 땅이다. 그 천혜의 땅에서 일궈낸 문화의 힘이 고대국가와 신라, 고려와 조선을 지나 오늘에 연결돼 있다. 그 오랜 역사의 끝자락이 산업수도 울산이지만 오래된 과거는 울산을 그렇게 설명하지 않는다. 바로 그 뿌리의 학습장, 울산에 대한 역사성이 지명사로 나타난다. '울산 정명 600년'이 바로 그것이다.
울산의 오랜 역사와 울산만이 가진 문화적 독창성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큼 놀라운 것이지만 이를 연구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이제 울산은 600년의 이름 이상의 역사성을 가진 도시로 재조명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을 위한 대장정을 계사년 한해 동안 본지가 시작한다. 편집자
 

삼한시대 우시산국·삼국시대 굴아화현 등으로 불려
지역출신 박윤웅 장군 후삼국정벌 공로 흥려부 격상
1413년 조선 태종 13년때 '울주'에서 '울산'으로 개칭

1413년. 조선 태종 13년. 태종은 주·부·군·현 등 행정단위의 등급을 명확히 하는 지방제도를 개편하며 '주(州)' 자가 들어 있는 고을에 주자 대신 '산(山)'자나 '천(川)' 을 쓰라는 명을 내린다. 이 때 이름이 바뀐 곳은 모두 59곳으로, 울산처럼 '山' 자로 바뀐 곳이 23곳, 인근의 영천이나 인천처럼 '川'자로 바뀐 곳이 36곳이었다.
 당시 도호부 이하였던 울산도 원래 이름 울주(蔚州)에서 울산(蔚山)으로 개칭된다. 이는 '살기 좋은 큰 고을'이라는 주(州)에 비해 한단계 강등된 것이기는 하나 이 새로운 이름, '울산'은 이후 600년간 임진왜란이나 농민항쟁 등 굵직한 역사의 순간마다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했을 뿐 아니라 근현대 산업시대로 오며 어느덧 나라를 견인하는 산업수도로서 그 궤적을 분명히 했다.

1997년 7월 15일 울산광역시 승격.

#우시산국부터 시작돼 1,600년이 넘는 울산역사
울산 지명의 연원은 삼국사기 열전 거도조 등에 등장하는 '우시산국'(宇尸山國)이란 지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시산국의 시(尸)는 이두에서 'ㄹ'로 많이 표기되는데 우시산의 '우'와 '시'를 합치면 '울'이 된다. 울산은 울뫼나라, 즉 울산국이었던 것이다.
 이 우시산국은 삼한시대에 존재했고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울주군 웅촌면 대대리 하대유적이 그 실체로 추정된다. 이후 울산은 삼국시대 때 굴아화(屈阿火)현에서, 고려 때 흥려부(=흥례부)로 승격했다가 다시 공화(恭化)현으로 강등되는 등 다양한 이름을 거친다.
 특히 고려초 울산은 박윤웅이 후삼국 통합에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기존 하곡현, 우풍현, 동진현 등이 따로 존재하던 것에서 흥려부, 즉 고려를 흥하게 한 지역으로 합해지며 격상했다. 당시 고려 성종이 방문해 태화루에서 연회를 베풀었을 정도로 울산은 위상이 높았을 뿐 아니라 이 시기는 현재 울산의 모습을 갖춘 때이기도 하다. 당시 언양은 지금과 달리 따로 존속한 고을이었는데 언양 역시 이전 헌양이라 불리던 것에서 언양으로 바뀌었다. 이후 울산이란 이름을 처음 갖게 된 게 바로 조선 태종 13년(1413)의 일이다.
 

#정명 600년, 미래 위한 동력으로

2013년은 그렇게 '울산 정명' 600년이 되는 해이다. 현재 울산엔 5개의 구군이 있고, 각 지명에도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다. 그 중 1018년 고려 현종 9년 탄생한 '울주'는 기산하면 1,000년의 역사를 가졌을 정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 지명이 오랜 역사적 연원을 가졌음에도 지금은 '울산광역시'라는 범주 속에 함께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명의 변화를 단순한 행정적 변화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확대 팽창과정과 도시 발전상을 담아 이 시대를 증거할 수 있는 역사기록물로 남기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600년의 미래를 그려나갈 성장동력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는 "울산은 현재 산업도시에서 창조도시로 변화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런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다. 울산의 역사는 창조도시로 나가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미래로 가는데 역사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인가, 문화적 유산을 거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둬야할 것이다. 울산의 미래와 도시발전를 위해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인재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분야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는 울산의 현재 상황과 연결해서 본다면 울산의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도는 주민들의 정체성, 자긍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이나 자긍심이 높아지면 새로운 인재를 끌어들이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한다.
 

한반도 인류의 시원 깃든 역사의 땅 재인식
울산 미래 600년 성장동력 밑거름으로 승화
정명의미 되찾는 울산시 차원 행사 서둘러야


#"우불산 신사 등 울산 명소 되찾는 노력도 필요"
오랜역사를 보다 구체적인 울산의 현재와 미래에 도움이 되는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역사를 반추해보면 지형과 경계란 언제나 변하는 것으로, 울산에 1900년대 들어서야 편입되 이질적 문화가 있는 두동·두서 지역은 울산으로 대통합하고, 우불산 신사와 같은 원래 울산을 대표하던 역사적 장소는 차츰 노력을 기울여 미래에는 이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곡박물관 신형석 관장은 "두동·두서지역은 원래 경주 외남면에 오랫동안 속했다가 을사조약 이후 1906년이 돼서야 울산에 편입된 지역"이라며 "대대로 경주사람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보니 울산 사람들과는 사고방식이나 문화가 이질적인 측면이 있는데 이들을 울산시민으로 대통합하기 위해선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태화루 앞 울산장날.

 특히 역사를 되짚어 볼수록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곳은 현재 양산시 웅산에 위치한 우불산이다.
 울산문화연구소 정상태 소장은 "경남문화재로 지정된 우불산 신사는 울산지역을 대표하는 신령스런 명소로, 신라시대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제사를 지내온 곳이자 이 산이 있는 웅상은 1906년까지도 울산에 속해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는 양산시에 속해 있다. 현재 양산시에서는 예산이 부족해 과거 봄, 가을 두 차례 제사지내던 것을 1년에 한번 지내는 등 전통방식으로 이곳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울산이 이를 되찾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실제 웅상지역 시민들도 울산에 통합되길 바라는 측면이 있는만큼 지역 정치가나 리더들은 이런 부분을 염두해두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 시·도와 달리 정명 기념사업 전무

다른 시·도에도 이러한 지명탄생의 의미를 찾아 기념행사를 기획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서울이 이미 1994년 '서울 정도(定都)600년'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마쳤고 이태리 팔레오 등도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기리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경기도는 2018년을 고려현종 9년(1018년) '경기'란 명칭을 쓴지 1,000년이 되는 해로 분위기를 고양시키고 있다. 울산과 같이 정명 600년을 맞은 고양시나 인천광역시 역시 기념사업을 각계의견을 수렴해 추진했다. 인천시는 '인천광역시사' 편찬사업을 비롯 도시변천사展, 기념학술대회, 역사인물 발굴 등 시민참여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모색했고 고양시는 전통예술 공연 등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행사들을 마련해 시민에게 보다 다가가는 행사들을 기획했다.
 지역공동체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통합할 수 있는 공동인프라는 어찌되었든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600년이라는 전환점을 통해 울산시민들이 결집하고 함께 공유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울산정명(定名)600년'이라 해서 울산의 역사를 단지 600년에 국한해서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라 년 우시산국으로부터 시작되어 2000년이 넘는 울산역사를 600년이라는 지명탄생일을 기해 상징적으로 기념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울산은 정명 600년과 관련한 기념사업은 찾아볼 수 없다.

울산공업축제 가장행렬.

#차별성 가진 울산문화권 재조명 필요
울산은 근대 50년의 역사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라 100년의 모항으로 국제교류의 통로가 됐던 곳이다. 울산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울주'는 이미이름이 부여된 지 1,000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역이고 울산 역시 우시산국으로 시작한 역사성이 정명 600년을 맞은 역사와 전통의 뿌리를 가진 도시다. 무엇보다 울산은 한반도 문화의 서막을 알리는 반구대암각화부터 신라 문화와 또 다른 차별성을 가진 울산문화권의 오래된 역사는 물론, 가히 역사 문화의 도시로서 그 위상이 바뀌는 추세다. 바로 이 같은 시점에 울산시 차원의 역사성 재조명과 다른 차원에서 울주군과 울주문화원은 의미 있는 작업을 시작했다. '울주 1,000년, 인물을 만나다' 라는 프로젝트로 울주의 역사 문화에 족적을 남긴 인물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울주의 인물을 재조명하는 사업과 함께 시작해야 할 일이 바로 울산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인물에 대한 재조명사업이다.
 울산에 박물관이 문을 열었을 때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굴뚝 도시 울산에 박물관이 들어섰으니 굴뚝의 역사가 즐비하리라는 상상을 했다. 그런 이들에게는 울산은 여전히 굴뚝이 즐비하고 돈이 넘치는 '부자도시'라는 이미지로 울산은 기억되고 있다. 
 
대한항공 울산공항 취항 첫 승무원들.

 하지만 울산박물관에서 울산의 역사를 둘러본 뒤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울산은 한반도 인류의 시원이 깃든 땅이다. 한반도의 동남 쪽에 위치한 울산은 예로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터전이 되어 우리의 선인들이 아득한 원시시대부터 육로나 해로를 따라 들어와 정착사회를 이뤄 살았던 곳이다. 거짓말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울산박물관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유적이나, 장현동 황방산의 신석기 유적이 있고 석검이 출토된 화봉동과 지석묘가 있는 언양면 서부리의 청동기 유적이 있다. 한반도 선사문화 일번지인 대곡천 일대의 암각화는 울산이 고대 한반도 정착민의 영험한 영역이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울산은 천혜의 땅이다. 그 천혜의 땅에서 일궈낸 문화의 힘이 고대국가와 신라, 고려와 조선을 지나 오늘에 연결돼 있다. 그 땅에서 수많은 인물이 나왔다. 오늘의 울산을 만든 박윤웅 장군부터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까지 천혜의 땅 울산은 물산만이 아니라 인물로도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 비할 바가 없을 만큼 출중한 족적을 남겼다. 울산시 차원에서 이들 역사 인물에 대한 재조명 사업과 이를 후대에 알리는 사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지역축제, 정체성 살린 행사로 통폐합 시급
울산신문은 울산 정명 600년 특집기획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연재 기획물을 연중 시리즈로 다룰 예정이다. '새천년을 준비하는 울산'이란 테마로 마련되는 이 기획물들은 2013년을 기점으로 그간의 산업수도에서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21세기형 창조도시로 거듭 태어나는 미래의 울산을 지향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울산의 지역성을 살리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상징적인 행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발적이고 보여주기식 행사로 치러지는 지역 축제를  정체성 살린 행사로 통폐합하는 일이 시급하다.
 울산은 매년 2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지역 축제가 연중 개최된다. 그 가운데 처용문화제와 쇠부리 축제는 울산을 대표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축제다. 이들 축제를 정명 600년 사업과 연계해 울산의 정체성을 더욱 살린 축제로 만들어 나가는 일이 우선과제다. 울산의 지역 축제에 어떤 콘텐츠를 담아야 알찬 축제가 될 수 있는가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개진과 타도시 축제의 사례를 중심으로 심층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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