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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해 온 바다에서 일출을 기다린다.
수묵화 화분을 선착장에 내다 놓고
걸터앉은 툇마루에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
색칠할 수 없는 바람이 불어온다
젖은 앞마당에는 대문이 열려 있고
눈을 껌뻑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방파제
목숨 내놓고 물때 맞추어 발을 씻는다
소주잔 찰랑거리는 풍어제 노래에서
파도를 지탱해온 담배연기 가느다랗다
검버섯 장맛이 그리워 천도한 태양
아버지 얼굴인가 손을 잡아끈다
가슴에 품어도 아프지 않는 갯바위
물장구치며 여명을 깨우는 등이 가렵다
움푹 팬 눈자위까지 출렁거리는 뱃길 따라
해무가 옷고름 휘날리며 층계를 오른다
바람의 언덕에 자맥질하던 바다
우체통 열고 나온 해가 솟아오른다

■ 간절곶에 가면 바다는 우체통이다. 파도와 늘 맞잡은 그물의 반란은 붉은 여명으로 산란한다. 세파와 싸우다가 차갑게 굳어버린 아버지 눈시울에 비친 동해 수평선 너머 새해에는 비로소 하늘이 열리는 장관을 지켜 볼 일이다. 출항을 바라보면 바다는 아득한 여명을 헤치고 무슨 색으로 환치할 수 없는 해오름에 초점 맞춘 눈빛으로 천도를 꿈꾼다.
이상태 emunhak@hanmail.net '현대시조','시와비평' 신인상. 시집 '사랑 갈무리', '바다가 그리운 날'. '울산시조'회장, '울산문학'부회장 역임. 시와비평문학회장. '두레문학'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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