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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니' 신화를 일구었던 현대자동차는 분명 한국의 자랑이다.

 

   현대차 가격 도요타 추월
 30년사의 지난 과거야 말할 것도 없고, 적어도 현재까지 그렇다. 엔진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부품 하나도 우리 손으로 만들지 못했던 자동차산업의 '불모지'에서 세계 7대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한 현대차다. 중동이나 아시아를 넘어, 굴지의 자동차메이커들이 즐비한 유럽과 미국에서도 'HYUNDAI' 마크가 찍힌 자동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최빈국의 설움을 딛고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선 동력이 바로 현대차와 같은 파워 넘치는 국내 브랜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 현대자동차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원화 환율 하락에 이은 원자재가와 인건비의 동반 상승으로 허우적대고 있다. 세계자동차시장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침체 상황이다. 특히 현대가 자랑했던 값싸면서 질 좋은 '트레이드 마크'가 무너지면서 해외시장이 더욱 심각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현대차 값이 일본 도요타차 값을 추월했다. 1600cc 현대 베르나의 미국 판매값이 1만2565달러다. 이에 반해 경쟁 차종인 도요타 아리스는 1만1925달러다. 현대차가 640달러 비싸다는 결론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올 초에 비해 원화 환율이 9% 절상된 탓이라 할 수 있지만 원인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일본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줄곧 앞서오던 인건비와 생산속도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정치파업 웬말
 그런데도 현대차는 노사상생이 아닌 노사공멸로 가고 있다. 우리 국민이 반만년 단일 역사를 지탱할 수 있었던 근간이 외부의 도전이 있을 때는 사농공상,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단결하는 응집력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밖에서 새는 쪽박이 안에서도 새는 격이다.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올 한 해 동안만 모두 13차례나 파업을 강행했다. 밤을 새워 일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핑계만 있으면 일손을 놓았다. 파업도 노동조합의 본령과는 무관한, 정치파업이 대종을 이루었다. 13차례 파업 가운데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임금인상을 요구한 7월의 단 한차례 파업이 전부다. 나머지는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반대 파업, 한미 FTA 저지 파업, 비정규직법 반대 파업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말이 노동조합이지, 정당조직을 능가하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파업으로 제때 생산하지 못한 자동차는 11만5천여 대, 값으로는 15조원을 훌쩍 넘는다. 모기업의 손실이 이 정도였다면 협력업체들의 손실은 눈덩이다. 기술경쟁력은 차치하고 당장 생존의 문제 앞에 신음하고 있다. 이들에게 노사관계 로드맵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무엇으로도 일할 직장과 일거리가 절실한 이들이다. 파업을 하고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모기업 근로자들과는 천양지차다. 이들의 불만과 반발은 이제 극에 와 있다. 마치 심지를 당겨주기만을 기다리는 화약고와 같다.

 

   조합원, 無益 파업에 염증
 여기에 현자 모기업 내부의 불만과 자성의 목소리도 가세하면서, 정치파업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강행해오던 현대차노동조합에 엄청난 도전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 파업 지침에 꼭두각시처럼 따라가는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노골화되고 있다. 어느 조합원은 노조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내가 배고프면 아무리 좋은 노동활동도 뒷전이다. 회사가 잘못되면 모든 게 끝장이다. 나이 40~50에 일거리 없이 짤리면 어디가서 무엇을 하겠는가. 민노총이, 노동조합이 먹여 살려 줄 것인가"라며 강성 일변도의 노조 집행부를 질타했다. 이 조합원은 즉 현장에서 비난과 욕설 때문에 말도 못하고 쥐죽은 듯 끌려가던 파업참가도 결연히 거부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단 이 조합원뿐이 아니다.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 현장 근로자의 거의 대부분이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아무런 실익도 없는 정치파업에 염증을 내고 있다. 벼랑 끝에서 희망의 싹이 보이는 징후다. 극도의 노사분쟁을 딛고 서로가 상생하는 화합의 아침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이 로봇 등 첨단기계를 앞서는 숙련된 노동력이 건재하는 현대차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고 했다. 이번 현대차의 기념품비리에 따른 집행부 총사퇴도 여기에 가속을 붙이게 될 것이다. 일방적인 참여와 침묵이 깨어지고, 환골탈태를 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는 노조, 이것이 바로 현대차의 현주소자 희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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