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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있으면 우리나라의 큰 명절 중 하나인 설이다.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친척,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 맛있는 음식들을 넉넉하게 나눠먹으며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즐거운 명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설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에게는 점점 힘겨운 명절이 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힘겨운 명절이 되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끝을 모르고 계속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주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차례상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1년에는 38.6%, 2012년에는 40.6% 그리고 올해는 44.3%로 많은 주부들이 차례상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용을 줄이는 이유는 '물가상승'이 41.9%, '실질소득 감소'가 21.9% 등이 있었다.
 배추 한 포기에 3,923원으로 4,000원에 육박하는 너무하다싶을 정도의 수치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배추뿐만이 아니라 많은 채소 값이 올라도 너무 오르고 있다.
 

 이렇게 채소 값이 폭등하고 있는 이유는 이상기온 때문이다. 지난달의 평균 기온이 영하 1.7도로 평년기온에 비하면 4.1도가 낮으며 눈·비도 60.4mm나 더 내려 평년의 두 배가 넘었다.
 배추는 겉잎이 얼어 출하량이 줄어들고 무나 시금치, 대파 등도 저온으로 인해 생육이 늦어졌다. 대부분의 채소가 이러한 상황이라 설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이 장보기 무서울 정도다.
 

 설을 앞두고 물가 중에서도 특히 채소 값이 폭등하면서 정부에서도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급한 대로 이번 달 말부터 농축수산물 공급을 평소보다 50% 늘린다고 한다.
 또한 전국 2,500여 곳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어 설 성수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의 여러 가지 대책으로 날뛰는 물가를 잡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 모두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지는 이상기온으로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연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나올 것이며 더불어 채소 값은 지금보다 더 오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물가 수급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농가에서 어떠한 기후 변화에도 난방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이 그 해결책 중 하나일 것이다. 난방을 석유가 아닌 퇴비를 이용한 지열을 사용하거나, 어떠한 기후 변화에도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적응형 작물을 개발한다든지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같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재배 여건을 바꾸고 적절한 농작물을 개발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품종 개발을 위해서는 적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 수 년이 걸리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기후 변화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설 명절 물가 상승의 문제를 넘어 먹거리로 인한 생존 위협을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농업연구를 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한 첨단 농업 기술 개발과 생명공학을 활용해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작물 개발에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앞으로는 장바구니 물가 걱정 없는 즐거운 설 명절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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