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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동산 모퉁이에다
몸뚱이를 버리고 빙판길 기어서 왔다
언 팔뚝에서 살점이 떨어진다
 
칠판에 매달려 창 밖을 바라보는
교실로 온 산다화를 꽃이라 그렸고
누군가 눈물이라 썼고
누구는 피라고 적었다
눈자위로 꽃이라 썼다가
핏물로 고쳐 읽는 사이
입 속에 든 산그늘이 절룩거린다
 
눈 길에서 이름을 잃어버렸는가
이두박근에 홍조 띤 얼굴
흰 눈썹에 묻은 봄이 얼비치고 있다

■시작노트
산다화는 겨울을 산다. 하필, 좋은 계절 다 제쳐두고 칼 바람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 일이 그리 쉽겠는가. 하여 누구에게는 꽃이 눈물로 보이기도 하고 피로 읽히기도 하는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서 수줍게 피어난 산다화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을까. 잔설이 눈썹에서 녹아 내리는 사이 벌써 봄이 가깝다.※약력 - 서울출생 룙월간문학룚으로 시, 룙수필시대룚로 수필 등단. 한국바다문학상 수상. 저서로 <소리들이 건너다> <이별 없는 길을 묻다> 외 공저 다수가 있음. kindlys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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