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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가 오늘 공식 출범한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새 주인이 됐지만 출발부터 민심은 싸늘하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44%에 불과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전후의 지지율로 보면 김영삼 71%, 김대중 71%, 노무현 60%, 이명박 52%였으니, 박 당선인의 경우 그 가운데서 가장 저조한 지지율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대선이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았던 양자대결이었다는 점이 크다.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받았던 득표율(51.6%) 보다 현재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낮은 지지율을 두고 분석하기에 바쁘지만 결국 민심의 지표는 눈에 드러나는 인사스타일일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첫 조각은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담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대선 득표율에도 못 미치는 낮은 지지율의 핵심은 인사에 있다. 철통 보안 인사는 '깜깜이 인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그 결과물은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이어졌다. 대중적 이미지로 굳어진 '불통'이 고착화된다는 우려가 나올 법한 대목이다.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 아니라 불통과 깜깜이로 대변되는 이미지의 고착화다.

 마키아벨리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어떤 사람처럼 보이는가는 알지만 실제로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마키아벨리의 말 그대로 국민에게 보이는 대통령의 모습은 모두 이미지다. 이미지란 내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도 결정된다. 그렇다고 이미지 정치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끄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뜻은 아니다. 이미지에 치중하면 내용은 없고 분칠만 요란한 허상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절대고독의 권좌라고 한다. 우리와 같이 남북이 맞서 있고 세계경제 상황과 실시간 연동성을 갖는 구조를 가진 국가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매일, 매시간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숨가쁜 자리다. 그 결정이 자신과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기에 평가 역시 가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이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지만 그 끝은 초라했다. 이미지만 보고 지지를 보내던 민심은 잘못된 정보나 사소한 실책에 등을 돌리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이 오히려 득이다. 두 달 남짓한 대통령직 인수 과정에서 국민들이 내린 평가와 관심을 이제 국정 운영의 약으로 쓸 일만 남았다. 평가에 연연하고 지지율에 반응하는 정치는 얄팍하다. 하지만 떨어지는 지지율을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도 될 일은 아니다. 촛불의 출렁거림을 보며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불렀다는 전임 대통령의 딱한 '자위'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오늘 취임식을 마치고 18년 만에 청와대로 향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광화문 앞에 앉아 있는 세종대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세종은 정승이나 재상 등 주요 요직에 인물을 등용할 때 친분관계는 철저히 배제했다. 그 좋은 예가 황희와 최만리, 그리고 최윤덕의 기용이다. 황희는 자신의 형인 양녕의 정치적 스승이자 '장자방'이었지만 판단력과 인재등용에 남다른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래서 세종실록에도 세종이 신하들에게'황희 말대로 하라'는 문구가 가장 많이 나올 정도로 그의 능력을 높이 샀다. 세종은 자신의 뜻과 다른 이들을 배척하지 않고 그와 '끝장토론'을 마다하지 않은 '토론과 회의 중독자'였다.

 평소 세종은 고전에서 답을 찾았다고 한다. '퍼스트 레이디' 시절을 끝내고 칩거에 들어갔던 시절, 자신의 유일한 벗이 '고전'이었다고 고백한 박근혜 대통령도 고전에서 답을 찾아 주길 기대한다. 짧은 시간에 인재를 찾으려는 대통령의 고뇌가 실망으로 비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는 도덕군자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 시대를 살아온 공동체의 리더이기를 희망한다.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으로부터 존경받는 통치자이기를 희망한 주나라의 문왕은 수시로 태공망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느 날 제왕의 조건을 묻는 문왕에게 태공망은 이런 답을 했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에 삶을 이어받은 만민의 천하입니다. 그런 천하의 이득을 천하 만민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군주는 천하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불통을 벗고 자신의 스타일을 벗어야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르긴 해도 태공망이 지금 이 땅에 살아 있다면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답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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