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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들이 독점하고 있던 우리나라 한의· 한방 시장이 거센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지위를 인정받으며 해방 이후, 특히 90년대 이후 가장 각광받는 자격증 가운데 하나가 한의사였다. 우리나라 전통 민간요법에 따른 침구사 자격증은 한의사 자격제 도입 이후 시험 자체가 폐지됨으로써 시장 참여를 원천 봉쇄당했다. 그런데 한의사 시장 개방이 본격 추진되면서, 조만간 '돌팔이'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오욕 속에 시술을 해 왔던 민간의술도 햇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방안을 집중 논의했으며,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FTA 협상에서 우리는 의사와 간호사, 건축사, 수의사, 엔지니어 등 17개 전문직종의 양국간 자격 상호 인정을 요구한 반면 미국은 한의사 자격을 상호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10여개 전문직 자격의 상호 인정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유일하게 제시한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면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사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한의계는 일대 지각변동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국에서 한의사들이 대거 유입되면 국내 11개 한의과대학 출신들의 독과점 체제가 붕괴되면서 경쟁 격화가 불가피해 진다. 또 중국 등도 중의사의 한국 진출 허용과 중의학 교육기관 설립 등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거센 압력을 가해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한의학을 통상 아시아의학, 동양의학이라고 부른다. 미국내 49대 대학에 아시아의학과가 설치돼 있으며, 아시아 의학 관련 의사만도 6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 교포 출신이 1만6천여명, 중국계 출신 중의사가 2만여명 포함돼 있다. 국내 한의사는 총 1만7천명 정도이다. 한의사 시장이 개방되면 교포출신과 중의사 등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한국행을 대거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내 한의학계 전망이다. 더욱이 국내 한의학과를 진학하는 대신 아시아의학과가 있는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의료계, 교육계 등 전반적인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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