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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1970년 이른 겨울 광주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이 되던 겨울, 서울 수유리로 옮겨와 성장기를 보냈다.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 『그대의 차가운 손』(2000) 『채식주의자』(2007) 『바람이 분다, 가라』(2010), 창작집 『여수의 사랑』(1995) 『내 여자의 열매』(2000)를 출간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을 받았고,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에피소드
한강은 한 때 자신이 좋아했던 노래에 대한 소박하고 정겨운 산문집을 펴낸 적도 있다. 누구든 한번쯤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베일 듯 아파보거나 오래 잊었던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으리라. 감정이 풍부한 한강은 더했다.


 그는 노래를 듣는 데 끝나지 않았다. 노래를 들으며 순간순간 자신의 느낌과 노래와 관련된 옛 기억을 적어나갔다. 그것은 조금씩 조금씩 쌓여나갔을 터. 그가 느낀 감성이 모두의 감흥이 되어 여기 한 권의 산문집으로 태어났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란 이 책에는 많은 이들의 유년을 생각나게 하는 '엄마야 누나야', 젊은 어머니가 수줍게 부르던 '짝사랑', 아버지들의 애환이 담긴 '황성옛터', 밤기차의 굉음을 떠올리게 하는 '500miles', 손으로 편지 쓰던 시절이 기억나는 '편지' 등 그리운 노래 21곡에 대한 노랫말과 함께 느낌, 사연, 추억들이 빼곡하다.


 한강은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혼자 흥얼거리며 '정말 여행하듯이 이 세상에 와서 노래만 하고 간' 김현식을 회억한다.


 김현식도 김광석처럼 일찍 세상을 등졌다. 작가에게 그는 '견딜 수 없는 열정이 불길처럼 내부를 태운 사람. 태우고 태운 것이 노래가 된 사람'이었다.


 한강은 어느날 영어로 비틀즈의 'Let it be'를 부르며 겅중겅중 춤을 춘다. '그 하나하나의 음들이 삶의 빛 같다고 느껴졌다' 작가의 가슴에 지금도 끌처럼 새겨져 있다.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가만가만, 나지막이 노래도 잘 부르는 한강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 문인은 "한강이 노래부를 때의 지독한 저음은 때론 가슴을 후벼판다. 마음을 모질게 잡고 있지 않으면 영락 없이 눈물 한줌은 빼앗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희랍어 시간
#최근 인기작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 실어증에 걸린 여자와 실명하고 있는 남자가 서로에게 어떤 기미를 발견하고 흔적을 더듬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열일곱 살 겨울, 여자는 어떤 원인이나 전조 없이 말을 잃는다. 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을 다시 움직이게 한 건 낯선 외국어였던 한 개의 불어 단어였다. 시간이 흘러, 이혼을 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고 다시 말을 잃어버린 여자는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만난 희랍어 강사와 여자는 침묵을 사이에 놓고 더듬더듬 대화한다. 한편, 가족을 모두 독일에 두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남자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는 아카데미의 수강생 중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는 여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지만 그녀의 단단한 침묵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렇게 '결여된 삶'을 살아가는 남녀는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늦은 밤 남자가 희미하게 보이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지금, 택시를 부르겠어요" 말을 할 수 없는 여자는 남자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그의 손바닥에 가만히 적는다. '첫 버스를 타고 갈게요'


 소설은 빛과 어둠으로만 완성되는 한 장의 흑백 사진처럼,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문자인 희랍어처럼 군더더기 없고 단단한 이야기를 조용조용 이어간다. 작가는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감정과 절제된 단어들로 소설을 풀어나간다. 오래전에 존재하던 것들, 그 기미와 흔적들, 영원과도 같은 어떤 찰나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울산시민이 사랑한 작가'는 반디앤루니스 울산점이 울산 시민들이 구입한 서적의 판매량 등을 토대로 산출한 순위를 참고해 시민들에게 인기있는 작가 위주로 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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