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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청도 와인터널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오늘의 목적지는 청도 와인터널. 관광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지만 기자는 와인터널을 지나치기만 했을뿐 제대로 구경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로 꼽아왔다. 오늘이 날이다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지 약 1시간 20분쯤 지났을까. 길목에 청도 소싸움 경기장이 눈에 띤다.
 그러고 보니 청도는 소싸움의 본고장이었다. 구미가 당겼다. 소싸움 역시 TV로만 봐왔기 때문에 실제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차를 세우고 소싸움을 구경하러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젊은층과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다. 다소 고전적인 경기라 어르신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어르신들은 물론 남녀노소 모두가 소싸움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은 깜보와 돌식이가 힘을 겨뤘다. 다들 어떤 소가 이길지 기대를 건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깜보'와 '돌식이'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올해 소싸움은 12월 22일까지 45회 900경기

우렁찬 함성소리와 함께 소싸움이 시작됐다.
 1t에 달하는 육중한 몸집의 싸움소가 씩~씩~ 콧김을 내뿜고 앞발로 모래판을 헤집는다. 그것도 한순간. 쏜살같이 튀어 나가더니 뿔을 치켜들고 상대 소에게 달려든다. 날카로운 뿔이 부딪힐 때마다 군중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깜보'와 '돌식이'가 한창 뿔을 내세우며 신경전을 벌이다가 갑자기 돌식이가 강하게 깜보를 밀어부친다. 그러자 군중들의 함성소리가 다시 한번 터져나온다.
 다시 한번 돌식이가 공격을 하니 깜보가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버렸다. 돌식이의 승리다.


#청도 또 하나의 명물 한우

농한기 농부들의 여가 즐기기로 시작된 소싸움은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청도의 대표 관광축제로 체계화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경기는 12월 22일까지 45회 900경기가 열린다.
 소들은 밀치기, 뿔걸이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상대를 제압한다. 물론 딴청을 부리거나, 그냥 머리를 돌려서 도망가면 게임아웃이다.
 전국 8강 이상의 내로라하는 싸움소 132두가 토너먼트 형식으로 기량을 겨루는 청도소싸움은 언제 봐도 흥미진진하다. 우승 소를 미리 찍어보는 것도 재미다.
 경기장 바깥에는 청도의 사계절 맑은 공기에서 자란 한우를 판매하고 있었다. 소싸움도 유명하지만 한우고기도 청도의 명물이란다.
 청도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뚜렷한 청정지역으로 옛 방식 그대로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와인터널 입구.

#감 숙성 저장고로 최적인 와인 터널

소싸움의 열기를 뒤로하고 본 목적지인 와인터널로 향했다. 워낙 잘 알려진 관광지라 여기를 방문하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와인터널의 길목인 마을에서부터 차량정체가 시작됐다. 하지만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 원래 여행은 천천히 여유롭게 즐겨야하는 법.
 듣고 있던 음악을 크게 틀고 걸어가는 사람의 표정을 구경하며 와인터널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
 있는 그대로의 터널을 이용해 감 숙성저장고로 용도를 바꾼 이 터널은 감와인을 저장하고 숙성하는데 최적의 조건이란다.
 

 청도의 명물 씨 없는 감, 반시는 먹기도 좋고 떫은 맛이 덜하고 달다고 알려져 있다. 청도는 감을 이용해 다양한 부대상품을 만들었는데 곶감보다 더 부드러운 반건시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말린 감말랭이, 감 와인을 만들었다.
 터널에는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 APEC 공식만찬주로도 쓰였다며 감와인을 홍보하는 전시물이 눈에 띠었다.
 감와인은 2005년 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 부산에서 열린 APEC 공식만찬주로도 쓰였으며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도 건배주로 쓰이며 전국적인 명성을 날렸다. 옛날로 치면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물품 정도로 각광을 받은 셈이다.
 감 와인이 유명해지자 대한제국 말기에 완공된 옛 경부선 열차 터널이 11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감와인 숙성 저장고로 용도가 바뀌었다.


#시원한 터널에서 감와인 한잔의 여유를…

   
와인터널 포토존에서 사람들이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있다.

감와인은 보통맛과 진한맛으로 분류해 판매한다. 작은 와인잔 한 잔에 3,000원으로 판매하는데 한 번 맛보기엔 적당한 양이다.
 약간 떫떠름한 감식초 맛이 난다. 몸이 유연해질 것만 같은 그런 맛. 보통맛이 감식초에 물을 2/4정도 탄 정도라면, 진한맛은 감식초와 물을 4:3으로 섞은 비율이다.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진한 감와인을 시음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터널에는 감와인과 곁들일 수 있는 반건시와 치즈, 감초콜릿 등을 함께 판매한다.
 와인과 안성맞춤인 음식들과 함께 터널 안에 길게 배치된 테이블에 앉아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터널

붉은 벽돌의 자연석으로 마감한 이 터널은 원래 일제가 중국 침략을 위해 건설한 터널이었다. 일제 때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끌려나와 경부선 터널을 파야 했다.
 아직도 터널 입구에는 대천성공(代天成功) 명치 37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하늘을 대신하여 천황이 사업을 완수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본 왕을 위해 이유 없이 노동력을 착취당한 조선 민중들의 피와 땀이 배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들큰한 감의 향기만 남아 아픈 역사를 은근하게 치유하고 있다. 글·사진=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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