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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김종찬, 아니 대한민국 육군 상병 김종찬.
 너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본다. 귀대는 잘 했지? 군 생활 열심히 해서 포상휴가 온 네가 며칠 쉬고 돌아간 방은 주인은 없지만 너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 있네. 침대에는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너를 기다리고 있구나.
 

 2011년 12월에 네가 훈련소에 입소하던 날이 어제 같구나. 그날 점심을 먹는데 김정일 북한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지난 일이지만 무척 당혹스러웠다. 하필 네가 입대하는 날에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말이다. 그래도 아무런 사고 없이 열심히 군복무를 하는 너를 보니 참 든든하구나.
 이제 군 생활에 잘 적응해 후임들을 보살핀다는 너의 말을 듣고 먼저 그 길을 걸어온 아버지는 기쁘단다. 할아버지도 당당히 군 복무를 마쳤고 큰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도 군복무를 마쳤고, 네 사촌형들도 제대를 했으니 이제 너만 무사히 제대를 하면 우리 집안은 3대 병역명문가가 되는구나. 그래서 너의 전역이 더욱 기다려진다.
 

 김 상병,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일촉즉발의 위험한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너도 알다시피 북한은 지난 3월 11일을 기해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한국전쟁 당사국이 모여 정전협정을 체결했는데 이제와서 이를 그때로 소급하여 백지화를 하겠다고 선언했단다. 이 때문에 너도 군에서 비상대기로 근무를 하겠지만 우리 공무원들도 비상사태란다. 오늘날은 전·후방이 어디 따로 있겠니. 지금은 너는 군인으로서, 아버지는 공무원으로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어리석은 북한의 오판을 막을 수 있는 길이겠지.
 

 아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강대국들 사이에 있어 늘 적의 침략에 맞설 준비를 하고, 그 적들과 전쟁을 하면서 살아 온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국민들이 사는 나라잖아. 그래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는 거야. 그런 우리나라가 북한으로 인해 다시 전쟁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구나.
 어느덧 천안함 피격도 3주년이 되었구나. 아버지는 공무원으로서 안보의식을 고취하고자 피격된 천안함이 전시된 현장을 두 번 가 보았고, 천안함 46용사의 위령탑이 있는 백령도를 가 보았단다. 그래서 북한의 만행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단다.
 

 올해는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을 맺은 지 60년이 되지만 지난 60년 동안 북한의 도발은 끊이지 않고 있구나. 초기의 무장공비 침투, 암살, 테러에서 최근에는 더욱 대담해져 해상도발, 연평도 폭격 등 470여건을 도발 했다. 1994년에는 북핵위기 상황에서 처음 나온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제는 '서울을 핵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하니 잠깐의 방심도 허용하면 안 되겠구나. 우리 모두가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단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의 수위가 더 해 가면 갈수록 나라를 지키기 위한 자원입대자는 증가하고 있어. 이는 지난번 연평도 포격 도발당시에 해병대 지원자가 크게 증가한 것처럼 나라가 위기상황임에도 군대를 기피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많아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너의 후배가 되는, 영화 '집으로'의 아역 배우인 유승호가 지난 5일 극비리에 입대를 했단다. 연예인에 대한 병역문제가 그동안 '특례'와 '비리'로 얼룩진 것을 감안하면 그의 깜짝 입대가 멋있어 보인다. 그는 입대소감을 "조용히 입대하는 것이 나와 같이 입대하는 다른 장병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 '개념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단다. 이전의 다른 연예인들이 입대를 하면 군부대 앞은 온통 여성 팬들로 난장판이 되어 평범하게 입대를 하는 이들의 사기를 꺾었지. 다 같은 군대인데 말이다. 그는 일반병사로 가급적 전방에서 복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의 바람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제대 할 때도 살며시하는 그의 모습을 보았으면 더 좋겠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군대에 가면 '어둠의 자식'이란 말과 면제를 하면 '신의 아들'이란 말이 남아 있는데 이 아버지는 결코 '어둠의 자식'으로 살지 않았으며, 너 또한 '어둠의 자식'이 아니다. 우리는 4대 의무를 다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란다.
 이제 봄이 왔구나. 너의 젊음에도 봄기운이 가득 했으면 좋겠다. 남은 기간 더욱 열심히 해서 또 포상휴가를 나오기를 바란다. 아버지는 그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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