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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영
#작가소개
1939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고향에 있는 진보국민학교와 진보중학교를 마친 그는 16세 되던 해에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대구로 나온다. 그리고 그는 아들이 농고를 나와 농장을 경영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구농림고등학교 축산과에 진학한다. 그는 이 시기에 문학에 눈을 뜨고 시 습작을 하고 더러는 지방신문에 투고하기도 한다. 1970년 '여름사냥'이 『월간문학』에 가작으로 뽑히고, 1971년 '휴면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나왔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 『홍어』, 『아라리 난장』, 『멸치』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유주현문학상(1984),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3), 이산문학상(1996), 대산문학상(1998), 김동리문학상(2002) 등을 수상했다.
 
#에피소드
김주영 작가는 <천둥소리>나 <홍어>, <멸치>, <빈집> 등 어머니를 중심에 놓고 쓴 작품들을 많이 내놨다. 특히 최근 펴낸 <잘가요 엄마> 역시 어머니의 삶을 다룬 얘기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간의 전작들은 모두 어머니를 중심에 놓고 썼으면서도 정작 내 어머니가 아닌 다른 어머니에 대해 쓴 것입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볼 수 있는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어머니상이었죠. 그런데 일흔을 넘기고 난 후부터 그런 거짓된 것에 대한 참회와 후회가 생겼습니다. 어머니를 용서하고, 제 자신을 용서하고, 또 제 주변에 일어났던 일을 용서하고 용서 받는 유일한 방법은 어머니와 제 관계를 철저하게 털어놓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잘 가요 엄마>엔 가공 인물도 나오지만 어머니와 제 이야기는 백 퍼센트 그대로입니다.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 어머니께서 서울 집을 방문하셨던 얘기, 제가 내려가서 어머니를 뵌 얘기 등 모두가 실제입니다. 지난 시간을 참회하고 올바른 반성문을 쓰기 위해서 어머니 얘기를 쓰게 된 거죠.


 어머니는 제게 감옥 같은 존재였습니다.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버림받은 어머니, 평생 글자도 숫자도 볼 줄 몰랐고, 오로지 품팔이만 하며 사신 분이죠. 그런 어머니의 누더기 같은 삶을 다 털어놓지 않고선 어머니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 오랜 세월 어머니의 과거가 부끄러워 어머니 얘기를 잘 안 했습니다. 또 너무 가난했고, 제가 자라난 고장이 산골이어서 누군가 고향을 물어보면 엉뚱한 도시를 대며 살아왔죠. 지독한 열등감이 제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겁니다.


 어머니께선 아흔 넷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책에 쓴 대로 어머니가 제게 남겨준 유산은, 악어가죽 핸드백과 립스틱뿐이었어요. 제가 선물해드린 건데 아까워서 쓰지 못하시고 결국 남겨두고 돌아가셨어요. 하지만 그 외에 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것이 정말 많았다는 걸 일흔이 돼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제가 지금의 삶을 살 수 있는 모든 그루터기를 어머니께서 제공해 주셨단 걸 이제야 안 것이죠. 소설을 쓰면서 느꼈어요. 제 모든 근거는 어머니가 마련해 주셨단 것을요"


   
▲ 잘가요 엄마
#최근 인기작
등단 41년을 맞은 이야기꾼 김주영이 그려낸 어머니 이야기다. 노년에 접어든 작가가 등단 이후 처음 선보이는 사모곡으로,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엄마'라는 이름을 소리내어 부른다.


 어느 새벽에 걸려온,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배다른 아우의 전화. 고향을 떠나 살면서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지금까지도 버리지 못한 '나'는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태도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다. '나'는 잘 때를 제외하곤 평생 누운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어머니의 시신과 마주한다. 아우와 함께 한줌의 먼지가 된 어머니를 뿌린 곳은 유년의 슬픈 추억이 담긴 장소. 어릴 적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나'는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애잔함과 미안함을 느끼는데…. 


 자신을 희생하며 우리를 키워낸 세상의 모든 어머니, 미련하고 바보 같은 어머니의 이야기가 이야기꾼 김주영의 손끝에서 더욱 미련하고 아프게 그려진다. 아무렇게나 떠났지만 아무렇게나 떠나보내지 못하는 어머니, 한 번도 바르지 못한 립스틱을 가방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소중히 간직해온 어머니, 결국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섬세한 기록으로 풀어놓는다.
 
※'울산시민이 사랑한 작가'는 반디앤루니스 울산점이 울산 시민들이 구입한 서적의 판매량 등을 토대로 산출한 순위를 참고해 시민들에게 인기있는 작가 위주로 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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