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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누구나 한 번씩 꾸는 공통된 주제의 꿈이 있는데 예컨대 군대에 다녀오고서도 또 다시 군에 징집이 되는 내용의 꿈같은 경우이다. '반복강박'적인 성격이 있는 것인데 충분한 방어벽이 쌓일 때까지 과거의 충격을 반복한다는 것으로서 꿈이 마음을 단련시킨다고 할까 말하자면 불안으로 불안을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악몽도 이런 식으로 마음을 준비시키는 성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꿈에서의 지각도 세계 인식이며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현상학적 꿈 분석의 시각이다.
 정신과에 근무하다보면 치료자들끼리 자신들의 꿈 이야기도 서로 토론할 때가 있을 수 있는데 꿈을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하다 보면 자신의 어떤 면이 노출이 되기도 하고 또 꿈을 전문적으로 보는 방식이나 태도에서 벗어나 잘못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어 어느 때는 위험할 수 있다.

 필자가 환자를 보는 병동의 책임간호사는 자신이 꾼 꿈을 '용감하게' 노출했는데 이런 위험성을 다 고려해서 폐쇄된 집단 내에서 발표를 한 것이다. 내용이 산사태에 관한 것이었는데 산사태가 나서 다른 병동의 젊은 의사 자기의 애인 그리고 자신이 같이 도망 나오는 꿈이다. 도망을 나오는데 애인의 손을 놓쳐버리고 혼자서 빠져나오게 되었으며 빠져나오는 길에 보니 자신의 병동 선임의사가 칠판에다가 산사태를 분석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며 다시 애인을 찾으러 돌아가서 지하실에서 만난다는 이야기를 포함하여 꿈치고는 줄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꿈을 꾼 간호사는 꿈이 공포스러운 것이었고  그것이 요즘 병원의 인증제 준비와 함께 새롭게 변하려고 벌이고 있는 노력과 관련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짐작하는 것이었다.
 사실 본격적으로 꿈 분석을 하기위한 자리에서의 발표가 아니었으며 자세한 꿈 내용과 그것에 대한 연상이 없기 때문 이 꿈을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필자가 말하려는 것도 이 꿈의 분석이 아니다.

 꿈이란 마치 자연의 한 조각처럼 경이스러운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외경의 자세 없이 꿈을 그냥 지적 분석의 대상으로만 대하면 꿈은 자신의 깊은 진실을 제대로 드러낼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꿈을 대중 사이에서 말한다는 것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운 것이며 대중이 있어서 연상하는 것이 정반대로 될 수도 있어 잘못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꿈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없이는 결국 꿈을 훼손할 수 있으며 그래서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꿈 토론은 이런 불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바꾸어서 회식하는 동안에도 이어졌는데 아마도 꿈에서의 등장인물이 병원 식구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몇 번을 들으니 이곳의 산사태라는 것이 여러 레벨에서 접근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책임간호사 개인의 꿈이니 그녀 안에서 무엇인가 무너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고 그리고 그녀의 연상대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병동이야기일 수 있는 것이며 그리고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 레벨과도 연결된 산사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사태라고 하니 필자가 연상한 것은 산신령이고 그리고 마그마 같은 것이 떠올랐는데 이런 정도의 힘을 가진 것이고 쓰나미 같은 레벨인데 마치 개인의 프라이버시 정도로 우리가 힘을 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사실 개성 공단이 폐쇄되고 일촉즉발의 위기인 것이 아닌가.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인데 꿈꾼 당사자도 파국의 느낌에서 병동 일은 연상하지만 우리 사회가 처한 것은 연상하지 않고 있다. 물론 산사태 꿈이 우리 사회 레벨과 관련된 꿈인지는 꿈꾼 당사자만이 밝힐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개인 속에 빠져서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나 재난 같은 것에는 불감증을 갖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것이 사회적 레벨과 깊은 관련을 갖더라도 이것의 진정한 개혁은 병동에서 또는 사회에서 일어날 수는 없다. 꿈꾼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혁의 주체인 이 개인이 공포스러워 해야 하는 일도 산사태가 아닐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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