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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의 고른 숨결로
겹겹이 쌓아올린 처마 끝
그윽한 바람이 풍경소리를 낸다
 
섬돌 새하얀 고무신 속에는
목탁소리가 아련히 잠겨 있고
선방을 새어 나온 고승의 불경소리가
숲길을 따라,
아랫마을로 출타를 한다
 
천년을 인내해 온 바위에 앉아
차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안으로 퇴적하는 수많은 번뇌
법당 돌아 나온 안개에 목을 축인다
 
산사의 밤은 깊어만 지는데
낡은 석등
푸른 달빛 아래서,
빠알간 속세를 태운다

■ 시작노트: 모든 세상일에서 떠나 한가해 지면 평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 돌아앉으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격언도 있습니다. 아직 그럴 처지가 아닌 우리에게 던져진 이 화두는 어떤 의미를 말하는 것일까요. 년초, 이쪽과 전혀 다른 세계의 경계에 서서 스스로 무엇이든 미리 느껴보는 것도  그 의미 중 한 방법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종교건 대자연이건 그 경계까지 가서 서 보십시오. 어떤 실마리 하나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 약력: 1961년 마산출생. '문학저널'등단. '두레문학'동인. '청파문학'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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