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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휴대폰에서 메시지가 왔음을 알린다. 열어보니 아내로부터 2장의 사진이 왔는데, 그 속에는 일주일 전에 새로 산 차의 앞부분이 긁어 있었는데 '여보야, 누가 내 차를 이렇게 긁어 놓았어. 성질나 미치겠어'란 글과 함께 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었는데 그런 사고가 생긴 것이었다.
 그 메시지는 예전에 읽은 한 이야기를 생각나게 했다. 지미옥(池美玉) 작가가 쓴'정채한문신독(精彩韓文晨讀)'이란 책인데 그 내용을 여기에 적어본다.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옆 차가 바짝 붙어 지나가면서 내 차 문짝을 '찌~익' 긁어 놓고 말았다. 나는 즉시 차를 멈추었다. 상대편의 차를 운전하던 부인이 허겁지겁 내리더니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많이 놀랐는지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미안합니다. 아직 운전이 서툴러서요. 변상 해 드릴게요."
 그녀는 태도 좋게 잘못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자기 차 앞부분이 찌그러진 것을 알게 되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틀 전에 산 새 차를 이렇게 찌그러뜨려 놓았으니 남편 볼 면목이 없다며 계속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는 사고를 처리하기 위한 서류를 꺼내기 위해 박스를 열었다. 그리고는 봉투 속에서 서류를 꺼냈다.
 "이건 남편이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필요한 서류를 담아 두었어요."
 그녀는 또 한 번 울먹였다. 그런데 그 서류를 꺼냈을 때 제일 앞장에 굵은 팬으로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여보, 만약 사고를 냈을 경우에 꼭 기억해요. 내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그것은 그녀의 남편이 쓴 글이었다. 내가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는 글이다.
 

 이 글은 그 책의 아름다운 여러 편의 글 중에 하나로, 아직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나 역시 아내에게 그렇게 하리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글을 아직 준비는 못했지만 다만 아내가 차 사고가 나서 전화가 온다면
 

 "당신 몸은 괜찮아? 몸만 괜찮으면 되었어. 차는 고치면 되지."라고 말 할 준비는 늘 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내는 마티즈를 9년 정도 타다가 모닝으로 바꾸었는데 차가 크다고 좋아 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고 주차장에 차를 똑 바르게 세워 새 차에 대한 기쁨을 한껏 즐기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생긴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차를 훼손한 여자 분은 바로 전화를 해 주고 수리비도 쉽게 주어 잘 해결되었지만, 내 생각에는 정작 슬픈 사람은 아내보다도 차를 긁은 그 여자 분인 것 같다. 부디 그 여자 분도 '내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이라고 말하는 남편 분이었으면 좋겠다.
 

 최근 우리 울산에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자가용들을 소화하기 위해 도로를 확장하고, 새로운 도로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출·퇴근 때는 곳곳이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도로의 정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난폭해 지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차는 우리를 편하고 빠르게 이동시켜 주지만 그에 대한 대가도 또한 만만치 않다. 어디 단 하루라도 차로 인한 사고·사망자가 없는 날이 있었는가?
 그런데도 아직 운전석에 앉으면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이들이 많다. 누구나가 길을 걸으면 보행자가 되고, 그 보행자가 운전석에 앉으면 운전자가 된다. 그런데 그것이 서로 호환이 쉽게 되지 않아 우리는 유치원에 가는 어린이를, 음주운전에 내 가족을 졸지에 잃게 된다.
 

 차가 주인이 되는 사회는 선진국이 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사람이 주인이 되어, 차는 시간을 아껴주는 그런 기계로도 충분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정신 줄을 놓고 사람들을 향해 달리는 차들이 있다. 정말 우리는 차에게 밤새 안녕을 물어 보는 사회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그런 사회를 이제는 우리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차를 운전하게 해 보면 쉽게 그 사람을 알 수 가 있다. 숨겨진 그 사람의 나쁜 버릇이 운전 중에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를 모는 모습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집사람의 차 접촉 사고는 누구나가 방심하면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그러나 그 사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순간의 실수로 양심을 버릴 것인지, 아니면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다짐하는 결심의 시간이 될 것인지 분명한 선택의 길을 알게 해 준다.    
 '여보, 당신 새 차 액땜 한 걸로 치자. 이제 다른 사고는 더 이상 없을 거야. 언제나 나에게는 차보다는 당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번 일로 알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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