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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좌씨전 희공오년조(春秋左氏傳 僖公五年條)'에 보면 오패(五覇)의 한 사람인 진(晉)나라 문공(文公)의 아버지 헌공(獻公)이 괵, 우(虞) 두 나라를 공략할 때의 일화가 나온다. 진(晉)나라 헌공은 우선 괵 나라를 공격할 야심을 품고 통과국인 우 나라 우공(虞公)에게 그곳을 지나도록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다. 헌공은 진나라와 괵 나라의 중간에 위치한 우(虞)나라의 우공(虞公)에게 길을 빌려주면 많은 보화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자 우 나라의 현인 궁지기(宮之寄)는 헌공의 속셈을 알고 우왕에게 지극히 간언한다.
 "전하, 괵 나라와 우 나라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사이입니다. 괵 나라가 망하면 우 나라도 망할 것이옵니다. 옛 속담에도 덧방나무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 [輔車相依 : 輔는 수레의 양쪽 변죽에 대는 나무. 이해관계가 밀접한 사이],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란 말이 있사온데, 이는 곧 괵 나라와 우 나라를 두고 한 말이라 사료되며, 괵 나라와 우 나라의 관계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가까운 사이인 괵 나라를 치려는 진나라에 길을 빌려 준다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 이옵니다." 그러나 뇌물에 눈이 어두워진 우왕은 "진나라와 우리 우(虞)나라는 모두 주 황실(周皇室)에서 갈라져 나온 동복(同腹)의 나라가 아니오? 그런데 어찌 우리를 해칠 리가 있겠소?"라며 듣지 않았다. "괵 나라 역시 동복이옵니다. 그러하오나 진나라는 동복의 정리(情理)를 잃은 지 오래이옵니다. 전하, 그런 무도한 진나라를 믿어선 아니 되옵니다."라고 진언하였으나, 우공은 결국 진나라에 길을 내주고 말았다. 궁지기는 진나라에 의한 후환이 두려워 "우리나라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가족과 함께 우 나라를 떠났다. 그 후 진나라는 궁지기의 예견대로 12월에 괵 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 나라도 정복하고는 우왕을 사로잡았다. 이때부터 입술과 이의 관계처럼 결코 나누어 볼 수없는 관계를 이 고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초 민노총 소속이었던 대림산업 건설노조가 스스로 해산했다. 조합원 1,400여명으로 건설업계 최대 규모, 최고 강성으로 꼽혔던 노조가 90% 이상의 압도적 합의로 해산을 결정한 것이다. 대림산업 노조의 해산은 일차적으로 상급단체인 민노총 건설산업 노조연맹의 강성 정치성향에 대한 조합원들의 회의가 컸으며, 다음은 회사와의 자체적 협의와 협조로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노조는 이번에 해산을 결정하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연맹이 나서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민노총의 운동이 산하노조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운동을 위한 운동'에 치중되어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사건건 사측과 대립하는 노사문화가 아닌 '신 노사문화'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대다수의 노조원과 조합 간부들이 해산 건을 발의함에 따른 결론이었다."며 "노조해산을 계기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갈 것"이라고 했다. 회사가 힘들면 내부 구성원도 힘들 수밖에 없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에 기초한 인식과 본연의 사업에서 벗어나 상위단체의 주장만을 하는 노조는 더 이상 사회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더 이상 대림노조원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내년의 경제상황을 예측하는 지표들이 밝지 않다. 고통 분담과 예산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삭감을 추진한 국회가 정작 자신들이 쓸 예산은 120억 원 가까이 늘린 일이나, 올해 초 경영진의 비리혐의가 제기되자 비난성명과 시위를 주도한 현대차 12대 노조간부가 기념품 납품비리를 저지른 일은 그들의 도덕적 잣대가 이중적이라고 밖에는  볼 수없는 것이다. 입술이 무너지면 이가 시리고 하나의 바퀴로는 차가 움직여지지 않는 법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고 상생(相生)하자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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