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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해안가 철조망을 끼고 걷고 또 걸었지
뿌연 물안개에 휩싸인 북녘의 장산곶을 바라보았지
 
누가 여기에 바닷새 날지 않는 감옥을 지었을까
오랫동안 짓밟혀 온 땅과 물과 바람을
경건하게 흐린 하늘에 올려놓는
갯바람을 바라보면 오싹해져 한기가 돌아
끊어진 한강 철교에서 흰 명주 천을 흔든 맵찬 눈매
 
우하량 광개토왕비 돌무더기를 딛고 하늘하늘 춤을 꾸렸지
뜨거운 밥 한 사발 못 먹던 응어리를 풀고
독도 봉우리에서 해를 맞아 기운 뻗는 몸짓
왜곡 당한 시누대의 상처까지 보듬어 안고
춤추며 살아라 사방팔방으로

■ 시작노트
 대한민국의 정신적 진화를 지켜보고 싶은 것은 온 국민의 염원이다. 시 속에 무용을 동반하여 일상에서 사유의 끈을 놓지 않는 독자들을 관객으로 부르고 시의 감각, 시의 감성, 시의 몸이 이루는 조화 속에서 관객과 조우하는 것도 시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공감의 시선을 책의 지면 밖으로 확대시켜 보았다. *약력 - 서울 출생,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서기1054년에 폭발한 그> <바람은 혼자 가네> <푸른 콩 한 줌> 등 있음. 2012년 제4회 바움문학작품상, 2013년 차세대안무자클래스 대본 출연. kamrhee@hanmail.net ※5월 지면개편으로 '한 주를 여는시'코너가 매주 월요일 문화면에 개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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